‘하느님 계획’, 그분이 ‘존재하도록 허락하신 것’
나가사키 교구청에서 ‘주일 미사 중지 재연장’ 팩스가 도착했다. 지난 한 달간 중지되었던 주일미사를 다시금 3주간 더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이후 지난 2년간 너무 자주 ‘미사중지와 연장과 재개’의 반복였는지라 새로울 것도 없다. 신자도, 성가도 없이 혼자서 드리는 미사는 어느덧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도쿄로 가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을 이번에는 내가 붙잡고 말렸다. 최근 일본의 코로나19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어제 날짜로(2/11) 일본의 감염자 수는 98,299명, 213,415명을 검사했는데 93,817명이 감염 되었다. 무려 검사자수 대비 44%, 거짓말 좀 보태면 2명 중 1명, 50%에 육박하는 감염율이다. 인구 40여만명의 나가사키도 497명이 감염자로 보고되었으니 내가 할아버지 신부님의 도쿄행을 한사코 말리는 이유다.
나가사키 ‘26성인기념수도원’에는 나를 제외하고 세 분이 94,92,72세이시다. 도쿄행을 원하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은 3번째 백신을 접종하셨지만 나머지 회원은 아직이다. 해서 ‘당신은 문제 없다’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을 ‘원장대행’이라는 권력(?)을 행사해 당분간은 참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상한 할아버지 신부님이 기어코 한 말씀 하신다. “코로나19는 어쩌면 ‘하느님 그분의 계획’일 수도 있겠습니다. 교만한 인간들이 ‘神 따위는 필요치 않아’라며 신이 창조한 것들에 손을 대기 시작하니 그분이 우리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해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것이겠지요” 하신다. 그러자 그 ‘하느님 계획’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는지 맞은편의, 역시나 나이 지긋한 수사님께서 “그렇다면 ‘전쟁과 테러’ 등도 ‘하느님 계획’ 입니까?”라며 날카롭게 반응하신다. 갑자기 분위기가 뜨거워진 것을 인지한 할아버지 신부님은 “그것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러면서도 “하느님 그분의 힘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말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당신의 주장을 양보할 기색이 없어 보인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고, 그렇게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질문하게 되는 것들, 즉 ‘惡’과 ‘전쟁과 테러’등 ‘惡한 것들’ 역시도 하느님 그분이 창조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그러자 선생님들은 그 모든 ‘악’ 역시도 ‘하느님 계획’ 혹은 ‘그분이 허락하신 것’이라는 표현을 했었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그분께서 내 부족한 이해를 밝혀 주실 것을 청하며 여전히 기도 중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알아 듣게 된 것은, 에덴동산의 ‘사과나무’가 그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 즉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창조하지 말아야했을(?) ‘사과나무와 뱀’도 창조하셨다.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하셨다. 그렇다!!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인간에게 없었으면 좋았을 ‘유혹 덩어리’인 사과나무와 뱀을 ‘창조’, 존재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인간은 보란듯이 사과를 따 먹고 죄를 짓고 말았다. 이것이 포인트다. 하느님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존재하도록 허락’하셨지만 그것들을 따 먹은 것은, 즉 죄를 지은 것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역시나 ‘허락’하신 자유로운 의지, 우리들 인간의 선택의 결과이다.
곧 다가 올 여름 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손님, 모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태풍과 지진도 하느님은 ‘허락하셨다’. 나아가 끔찍한 전쟁과 테러도 ‘존재하도록 허락하셨다.’ 단지 인간이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 먹듯, 석유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힘을 행사하기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인간 자신들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하느님께서 ‘존재’하도록 ‘허락’했다고 해서 인간들이 그것들을 맘대로 따 먹거나 욕심을 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지키도록 아담과 하와에게 ‘사과나무’를 신신당부하셨고, 우리에게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십계명’을 비롯한 ‘거룩함과 선함’으로 나아가도록 옳고 그름을 전해 주신다. 그러니 그분이 ‘존재하도록 허락하셨다’ 해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위해 그 존재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 계획’, ‘그분이 존재하도록 허락’한 것들에는 ‘코로나19’도 ‘전쟁과 테러’ 그리고 ‘모기’도 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해야 할 것은 ‘전쟁’일까, ‘평화’일까? ‘하느님’일까, ‘악마’일까? ‘나와 이웃을 배려한 마스크’일까 아니면 ‘개인의 자유를 표방한 이기심’일까?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감탄하신 이 모든 존재와 허락하신 것들에 이 어지러운 시대, 우리는 어떤 것이 그분을 위해 더 좋은지 식별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청해야 하겠다.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께 간절히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