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며...

해피제제 2011. 4. 27. 06:12
1독서

그가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복음말씀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단상

어제 세 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찾아왔다.
꽃이 만발한 꽃길임에도 봄비 속이라 여직 싸늘함이 남아 있는 길을 뚫고 찾아왔다.

"아니! 오늘은 또 웬일이에요? 아직 공장 못 찾았나요?"

첫 인사가 그리 환대로 가득차지 않는다. 마음이 안다. 그런 것들은... 
그런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곧 날이 차다며 따뜻한 커피를 대접 한다.
이 친구들은 벌써 4번째 방문이다.

보통 외국인들의 구직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들러서 구직 신청을 하고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찾고 있는 공장의 리스트를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한다.

2. 한국말이 익숙치 않은 친구들은 그 '리스트'를 가지고 이웃살이를 찾는다.
 
3. 이주노동자들이 원하는 직종별로 보통 5-6개의 공장들이 있기에 이웃살이에서는 
   모든 공장에 전화를 해서 a) 사람을 여전히 찾고 있는지, b) 해당 국가 이주노동자는 있는지,
   c) 기숙사는 준비되어 있는지, d) 근무조건은 어떻게 되는지(특히 월급과 오버타임지급 등),
   e) 식사는 제공하는지 아니면 식대로 지급해 주는지, f) 공장의 위치는 어디인지 등 등 묻는다.

4. 김포지역에 공장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기에 약도를 뽑아주고 혹은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보통 이런 절차를 걸치기에 이주노동자의 구직을 위해 쓰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문제는 처음 전화로 만나는 공장주들에게 이런 저런 조건을 묻고 때로는 사정을 해가며
말문을 트기가 꽤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데에 있다.
어찌 처음보는 사람에게 그것도 간청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4-5개 공장에 전화를 하고 나면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에너지의 고갈로 오후 쯤 되면 얼굴이 하얗게 변하게 된다.
기쁨의 에너지로 가득 찰 때는 괜찮지만 조금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신경이 날카롭기도 하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이 친구들의 방문은 위와 같은 과정을 4번째 거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에게 4번, 이들이 세 명이니 생판 모르는 공장주들과 대략 60회 이상을 통화 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순박한 얼굴들을 하고 찾아왔으니....

아무튼 누구는 '일흔 일곱번'도 용서하라 했는데 이제 겨우(?) 네 번째 방문이다.
내색은 않으려 하지만 자꾸 삐죽삐죽 나오려는 성질들에
오히려 보란듯이 전화에 더 열중해 본다.

다 힘든 일임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들을 찾아 다니려는 그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더 임금을 주고, 더 복지혜택이 가능하고, 더 좋은 공장주들을 만나는 게 이들에게도 최선이다.
이런 사정들을 알기에 몇 번이고 이렇게 이웃살이를 찾아주는 발걸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참으로 너무 하는구만'이라는 삐죽대는 생각들을 보면 
'아! 내가 여유가 없긴 없나보다' 한다. 또 그렇게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 보고, 
그이들의 순박한 얼굴 한 번 더 바라보며 오히려 공장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또 때론 마음다치지 않게 짓궃게 야단도 처 가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기도 중에 'listen'이라는 말이, '그래 한 번 해봐'라는 응답과
'그런데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지혜로움이 솟는다.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며 나아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