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기도에 감사를...

해피제제 2011. 7. 11. 08:59
1독서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더욱 혹독하게 부렸다.
…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


복음말씀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제자라서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단상

인천 답동 성당에서 이번에 새로 신품을 받은 심유환 신부님의 첫 미사가 있었다.
인천지역 예수회 후원회원들을 위한 감사와 고마움에 대한 답례 미사다.
그동안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고, 하느님 대전에 손수 봉헌 하셨으니
매년 새 신부님들이 낳아주신 가족들 보다도 먼저 후원회 가족들을 찾아 뵙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신품을 받은 그 다음날부터 출신본당, 전국 예수회 후원회, 수도원 등 등
공식적으로 27건의 미사를 다녀야 한단다.
게다가 개인적인 미사 건수를 더하면 39건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어떤날은 하루에 세 곳 수녀원에서 동시에 신청이 들어와
여기저기 몸이 하나라 부득이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때도 있었단다.
'거절을 당한'(?) 수녀원에서는 처음으로 예수회 새 사제가 당신네 수녀원으로
미사를 오지 않게 되었다며 심각한 토론(?)이 벌어졌다나 어쨌다나.....

한 사람의 새 사제가 난다라는 것이 그냥 나는 것이 아니다.
곁에서 지켜 본 심유환 신부님만 보더라도 그 내력이 심상치 않다.
동기들이 많이 떠났던 수련원 시절,
한국예수회 역사상 처음으로 서원을 발하지 못하고 6개월 수련을 더 받아야 했던 사연,
(그 말은 얼른 나가라는 말이다. 그걸 눈치없이 묵묵히 견디어 낸 것을 보면 하느님의 뜻이란...) 
좌충우돌 신학원 시절, 그리고 기숙사 사감으로서 보내야 했던 2년간의 세월들
또 한국예수회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케냐라는 동양인 이라고는 한 명 없는 곳에서
신학을 하면서 말라리아도 걸리고, '심라면' 한 봉지를 책상 앞에 걸어 두고서
'아플 때 먹어야지'하는 그 아련함은 자기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곁에서 함께 기도해 주는 수많은 빌어주는 이들의 청원이 모여 한 사람의 사제가 난다.

케냐에서 부제품을 받을 때, 관구장 신부님이 찾아와서 그러시더란다.
"수사님, 일기는 쓰고 있습니까? 모든 것은 한국예수회에서 책임져 줄테니
이태석 신부님처럼 여기에서 순교하시기만 하십시요."

'이태석 신부님 효과'에 신부님이 속한 살레시오 수도회에 성소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그리고 많은 곳에서 이분의 선함을 기리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영감(?)을 얻어서인지
관구장 신부님의 '순교'하라는 지긋한 권유에 심유환 신부님은 '망연자실',
해도 너무한다며 잔뜩 삐져서 관구장 신부님이 하루만에 돌아와야 했다나 어쨌다나.... 

수도회에 하느님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가시는 선배 예수회원들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비록 후배들에게 '해 놓은 게 없다'며 혹은 오히려 '수도회를 힘들게 했다'는 둥
거친 평가를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저 사제로서 한 평생을 살아 주신 것만으로도,
그렇게 살아내신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큰 뜻(?)보다도 '하느님의 뜻' 실천해 주신 것은 아닌지...
무덤까지 당신 '약속의 자리'에 서 계신다면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후배인 내게도, 그 약속을 바라보는 신자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