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나들이 같은 장례식 방문

해피제제 2011. 5. 31. 15:45

김포 바우네 공동체의 날 모임(술과 병아리빵이 웬일인지...함께 찍은 공동체 사진이 이것 뿐이라서...)


올해 벌써 몇 번째 장례식 참석인지 유달리 회원들의 부모님이 하느님 곁으로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는 장례식장이 ‘대구’였다. 김포 양곡성당 국제공동체 미사가 끝나자마자 공동체 가족들이 함께 출발했다. 먼 길이라 다시 되돌아오려면 갈 길이 까마득하다.

내비게이션에서는 313km를 가리키고 있다. 왕복 8시간이 소요될 듯싶다. 대구로 향하는 내내 김정대 신부님이 운전을 했다. 옆 자리에 탔던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신부님의 운전을 돕는다(?).

재미난 것은 장례식 가는 길이 숫제 공동체 나들이 떠나는 듯싶었다. 공동체에 함께 살면서 이렇게 장시간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보따리 풀어 놓기가 쉽지 않다. 아침마다 미사를 같이 드리고 식사를 함께 하지만 서로의 사도직이 달라 퇴근 시간도 각각이다. 특히 인천에서 혼자 살며 ‘술집(?)’을 경영하는 김정대 신부님은 일주일에 한 번, 공동체날에 김포 바우네를 찾는다. 그래서 함께 살 때는 곧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떨어져 지낸지 11개월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나들이답게 휴게소에서 이것저것 맛난 간식도 사먹고, 공동체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커피라 휴게소에서 파는 것 치고는 좀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서 시커만 남자들끼리 왁자지껄 근래에 사연들로 나들이 기분을 한껏 내 보았다.

9시가 넘어서 장례지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4시간이 훌쩍 넘는 먼 거리다. 그렇지만 오는 내내 그 시간을 까마득히 잊을 수 있었으니 아무래도 ‘나들이’ 장례식장 방문이 선종하신 신부님 아버님이 주신 선물이다 싶다. 또 몇 몇 반가운 회원들을 만나면서 그래도 수도형제들이 혼자서, 혹은 두서넛이 찾아 준 축제의 장이 더 풍성해 보인다.

그 밤에 차를 몰아 광주에서 찾아 온 서석칠 신부님은 그곳에서부터 4시간 가까이 걸렸단다. ‘혼자서’ 차를 몰고 오는 길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바우네 공동체가 자랑스레 나누었던 ‘함께 해 온 나들이 여정’에 “누가 광주로 올 사람 없냐?”며 살짝 부러움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되돌아갈 길이 겁이 난다며 벌써부터 엄살이다.

상주인 장석홍 신부님은 거의 마지막 수도형제들의 발걸음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주일이 끼어 4일장이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약간은 피곤함이 더해 졌지만, 그래도 이렇듯 형제들의 찾아줌에는 고마움이 가득하다. 또 그렇게 한 자리 차지하고 ‘축제’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정신이 없다.

돌아오는 내내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하고 있고, 뒷자리의 김민 수사님은 여전히 꿈나라이다. 운전석 옆자리 김정대 신부은 자다깨다 하면서 ‘졸지말라’며 이것저것 챙겨준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어 김포 공동체에 돌아왔지만 ‘나들이’의 여운이 길어서인지 피곤한 표정 속에서도 유쾌함이 가득하다.

장례식이 어쩌면 고인이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라면, 그래서 찾고 회상하는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추억을 나누는 ‘축제’가 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몇 번의 장례식을 오가며 서로의 시간을 내어 먼 길 ‘나들이’ 같은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새삼 뿌뜻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