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나보다 더 큰 이

해피제제 2011. 12. 4. 07:26
1독서

그분께서는 목자처럼 당신의 가축들으 먹이시고,
새끼 양들을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어미 양들을 조심스럽게 이끄신다.


2독서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복음말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단상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로 어제 헤어진 친구처럼
한 자리에 모이면 손을 내밀고, 미소를 나누고, 서로의 지내온 삶에 귀를 기울이고,
또 들어주고, 그이의 말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며 그리고 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들

수도회 내에서 사회사도직에 종사하는 벗들이 만났다.
일년에 두번 이렇게 함께 하는 모임이 있다.
청소년, 농촌, 인권, 이주노동자, 빈민사목, 연대, 연구 등 각자의 사도직장이 다르지만
사회사도직이라는 울타리 안에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이들이 오랜만에 서로 만나 함께 하는 일들을 나누고 밥을 나누고 꿈을 나눈다.

혼자서 하는 사도직이 있는가 하면 이웃살이처럼 형제 셋이 함께 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롭기도 한 삶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조언들까지 더해지면 
혼자가 아니었구나! 
보태서 말하면 이 한 번의 만남으로 또 일년을 살아간다.

하는 일을 나누고, 또 일년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조언을 더한다.
공동의 논의사항을 올려두고 반짝이는 생각들에 웃고 또 몸에 새겨둔다.
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젊은(?) 수사님부터부터 백발이 하얗게 센 할아버지 신부님까지
교육사도직이나 영성사도직이 한데 모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에
식사를 나누었던 영성사도직 종사자 신부님께서 살짝 부러움을 내비친다. 

교육과 영성, 전문영역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 가르치는 지식 속에서 영적인 풍성함 속에서
이런저런 앎과 만남 안에서 한 없는 위로와 은총을 받는 분들이지만
사회사도직이야 메마르기 쉬운 터에 사람에서 찾자면 말들이 많고
그저 하느님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형제들이 적격이다.  

그래서 유독 여타 사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비해 더 끈끈한 무엇이 있다.
과부가 홀아비 마음을 안다고 이런저런 사회사도직이 정리되면서 상처도 받고
또 약간의 피해의식도(?) 있고 거절 받는 체험과 관구에서 배려를 못 받고 있다는 느낌 등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들이 오히려 사회사도직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한 마음이 되게 한 듯싶다.

그러면서도 누구 탓 없이 슬기롭게 지혜를 모으는 모습들이 존경스럽고
온 힘을 모아 열정을 들여 왔던 것들을 정리한 벗들에게는 힘이 되어 주는 모습도 그렇고
따뜻한 말들로 '내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잔잔한 나눔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마도 내 실패와 넘어짐에도 이렇게 대해 주실 것이라는 자연스런 신뢰가 일어남이다.

몸과 마음이 고단하기도 했던 사회사도직의 이 길, 외롭거나 힘겨웁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한 자유를 입고 있는 선배들을 통해 내 자유가 저이만큼 닿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본다.
그 마음들 헤아리면서도 필요한 것들에 지혜를 비추고 더 큰 자유로 품에 안는 모습
가슴에서는 어느새 쿵쾅 거리는 소리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