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해피제제 2011. 12. 14. 07:03
1독서

내가 주님이고 다른 이가 없다.
나는 빛을 만드는 이요 어둠을 창조하는 이다.
나는 행복을 주는 이요 불행을 일으키는 이다.
나 주님이 이 모든 것을 이룬다.


복음말씀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단상

요 며칠째 한의원으로 침을 맞으러 다니고 있다.
동기 수사님이 어떻게 소문을 냈는지
'김형욱 수사가 아침에 기도하다가 졸면서
무거운 머리로 화들짝 놀래 깨다가 목 부근을 삐었다' 는 소리에
고개를 다 돌리지 못하고 온 몸으로 돌려 보는 폼에
사람들이 차마 웃지 못하고 한 마디씩 해 온다.
"역시 기도하는 수사님은 목을 삐는 것도 뭔가 다르긴 다릅니다." 한다.

사실인즉슨,
아침결에 일어나자마자 굳어진 몸을 펴갰다고 기지개를 한껏 켰다가
갑자기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이 절로 나는 것이
가끔씩 삐끗했던 목 뒷 부분이 이번에는 작심하고 아프다고 난리다.

하루를 목이 가장 편한 상태로 두려다 보니
옆에서 보면 인류의 조상 크로마뇽인처럼 목을 길게 내뻗고 다니는 통에
참으로 볼썽 사나운 것이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생전 처음으로 한의원을 찾았다.
그래서 침이라는 것도 맞아 보고, 부황(왕?)이라는 것도 떠 보았다.

그런데 아픈 부위는 목 척추 부근인데
왜 왼쪽 손가락과 발가락 부위에 침을 놓는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한의사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계산하고 재는 모양이 마치 제대로 된 양인양 그래 보인다.
그렇다면 아픈 부위가 시원하다거나 고통이 사라지거나 해야 할 터인데
저 이상하게 계산하는 폼이 영 미덥지 않은 것이 조그마한 충격에도 아픈 부위에 움찔하는 것이
여전히 통증은 그래로요 밤새 조금만 머리 위치를 바꿀라치면 여지없이 깨버리는 터에
좀처럼 잠을 깊게 들지 못한다.

대신 한 가지는 알아들었다. 잠 드는 순간은 하늘을 보며 몸을 똑바로 뉘여 잠을 자는 모습이지만
밤새 몇 번씩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바꾼다는 것!
언젠가 한 자세로 잔다고 큰 소리 쳤던 적이 있는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잠을 깨는 것으로 보아
그것도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 말이다.

여하튼 한의원을 두 번 다녀왔고 삼일째 되는 이 아침까지도 계속 크로마뇽인 자세다.
목이 가장 안 아픈 자세를 본능적으로 취하다보니 그런 요상한 모양이 나오긴 하는데
아무튼 침을 맞은 효과가 도통 나오지 않으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슬그머니 의심이 이는 것이
혹 이 한의원이 무허가 야매 진료소는 아닌지(겉은 멀쩔한 것이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젊은 한의사 선생님이 영 실력이 딸리는 것은 아닌지(이제 갓 한의사로 개업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침을 놓는 양이 미덥지 않은 것이 (아픈 게 여전하다 하니 이리저리 찔러댄다)
부황은 또 왜 떠서 온 몸을 붉으죽죽 앞 뒤로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건지
하나 둘 의심이 들더니 '오늘 10시 예약되었습니다. 꼭 오세요'라는 진료 예약 문자까지도 
혹시 이렇게해서 나같은 착한(?) 서민들 꼬시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해서 예쁜 간호사 언니를 보아 오늘까지는 가볼 양이다.
실력은 별로(?)지만 내 앞에 터~억 하고 주저 앉아
냄새나는 발에 고개를 숙이고 침을 놓는 정성에 오늘까지는 가볼 양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편하게 앉아 침을 맞는 내내 시골 사랑방 같은 도란도란 구수한 나눔에
조금은 더 귀를 기울이고파 오늘까지는 가볼 양이다.
의사가 돌팔이라서(?) 다른 것으로 승부를 하는 것 같아 그것도 확인해 볼 양이다.

계속해서 아프다는 내게(실지로 잠을 못자 눈이 퀭한 것이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다)
간호사 언니는 미안하다는 투로
"침을 맞아서 바로 효과가 나는 분이 있고 일주일 혹은 열흘 정도 걸리는 분도 계세요"한다.

참내, 일주일이나 열흘 걸릴 거면 왜 한의원을 찾나!
내 경험상 그냥 내버려둬도 사나흘 이면 회복되는 것을...
평소보다 더 심하게 움찔움찔하니 평생에 처음 한의원을 찾았건만...

아무튼 그래도 그 친절함 덕분에 오늘까지는 가볼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