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너도 나도 귀여운 사람들..

해피제제 2012. 2. 21. 08:15

1독서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가까이 오실 것입니다.
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여 주실 것입니다.


복음말씀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단상 

동기 수사님들이 모여 23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횡계의 바람마을 의야지라는 곳으로 가까이에 대관령 삼양목장이 있고,
오래된 사찰 월정사가 있다.
그리고 현대적 유락시설로는 스키장이 있어서(용평스키장???)
조그만 시골마을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 온통 스키보드 대여점들이다 보니
젊은이들 그리고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도 머문다
.
그래서인지 펜션 예약을 맡았던 수사님 이야기로는 한창 스키시즌이라
이리저리 숙소 예약에 애를 먹었다는 후일담도 전해 들었다
. 

주일날이 낀 탓에 횡계성당으로 미사를 가기 위해 전화를 넣었더니
목소리 좋은 형제님이 응대를 해 온다
.
오늘 미사가 몇 시 몇 시에 있습니까?” 물었더니 가볍게 웃으시며
저희 본당에서는 오전 1030분 한 대 밖에 없습니다.” 한다.
그리고는 농협근처 도암중학교앞이라며 친절하게도 오는 길을 소개해 주신다 

성당에 도착하니 작지만 정감이 넘치는 시골 본당이다.
널찍널찍한 주차공간들도 많았고(나중에 알고 보니 주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이용 한단다)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주일 미사를 횡계본당으로 오는지
머리를 짧게 자른 알록달록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
마치 수련원시절 주일이면 유일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그래서 근처의 정자동 성당으로 삼삼오오 미사를 참례했던 기억이 겹쳐지는 것이
갇혀
(?) 지내는 이들은 어디서든지 저렇게 티가 난다. 

성당 내부는 별다른 장식도 없는 그래서 간소한 제대만 보이는 참으로 아담한 공간이다.
하얀색의 벽에 나무 의자가 전부인 100석 규모의,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면 150명까지 앉을 수 있는 정말 작은 공간이다.
미사객들도 알록달록 색깔의 두터운 점퍼를 걸친 가족단위 혹은 젊은이들로
외지 사람들이
3/2가 넘는 신기한 구성인지라 새롭기만 하다 

미사가 한대밖에 없어서인지 미사해설은 사목회장님이
독서 두 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젊은 직장인 자매님이
그리고 복사는 중학생과 고등학교 학생인 듯 남
녀가 맡고 있다.
오랜만에 가득 찬 성당 교우들에 약간은 상기되어 보이는 본당 신부님은
기도에 관한 열렬한 강론을 펼치신다.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신부님은 미사가 끝나고 간단한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은근히 더 머물고 가기를 권하신다
.
그러면서 일일이 인사를 건네 오시며 외지 교우들을 따뜻하게 배웅하시는 모습이
강론을 들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참으로
귀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기쁘면 기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 담백한 감정 표현이
고스란히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이 앉아서 듣고 있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해 진다
.
이제 곧 사순시기에는 당신도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끊어 보겠노라며
그러면서도 교우들도 하느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로다가
형제님들은
술과 담배, 자매님들은 드라마와 수다를 끊어 보면 어떻겠노라며
은근 귀엽게 권하신다
.
간만에 정겹고 담백한 하느님을 품은 횡계성당 신부님과 교우분들을 만나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짧은 여행에서는
시커먼 덩치의 사내들끼리 월정사 전나무 숲을 걸었던 추억도 간직해 두고
,
대관령 삼양목장에서의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래도 인증샷 남기겠다며 꽁꽁 언 표정들로 애써
V자 그렸던 것도 벌써 그리워지는 것이
또 언제 서로가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모인 날들은 마치
내일이 없다는 듯이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 꽃을 피웠으니
그만한 수다면 자매님들 수다도 비길 바가 못되고
,
앞으로 3년 반, 4년 또 그만큼 이야기 꺼리들 들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께 온통 의탁하며 그분과 찐하게 사랑 주고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주님, 저희에게 당신의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