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친구 아닌 것 같어..."
찬미 예수님! 일본 나가사키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는 예수회 김형욱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입니다. 지난 주 예수회 한국관구는 하느님께로부터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새사제 박민웅 요셉 신부님의 서품식이 명동성당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서품식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지만, 아시다시피 코로나라는 사정으로 이곳에서 화면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하느님 그분의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크게 전해질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립니다.
이전에 여러분에게 밝혔듯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친구들도 대부분 개신교 신자들입니다. 이런 제가 대학원 재학중일 때 서강대에서 교리를 배우고 또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니 제 출신 본당은 서강대 성당입니다.
2015년 함께 서품을 받은 동기 신부님들은 모두 자신의 출신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렸는데, 저는 이런 이유로 제 ‘출신 본당’인 서강대에서 첫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천주교 신자가 아닌 가족들과 고마운 은인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도 제 첫 미사에 함께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제 첫 미사와 새사제 안수기도를 마친 후 가족들과 어릴 적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개신교와 달라, 많이도 낯선 천주교 미사 전례에, 자주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가족들과 친구들이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이들도 자신들의 가족이자 친구인 새사제를 귀하게 여겨주는,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에 신기해 하면서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런 중에 어릴 적 친구 한 명이 제게 대뜸 한 마디를 건네 옵니다. “형욱아, 너 내 친구 아닌 것 같어-.”
처음에는 이 말이 뭔 말인가 싶어 갸우뚱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뒤따른 해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어릴 적 친구의 눈에는, 새하얀 제의를 입고, 제대 위에서 강론을 하고, 성찬례를 거행하는 모습이 영 낯설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래서 어릴 적 친구가 아닌, 여-엉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덧붙이기를, 목소리도 제스쳐도 많이 것이 변했지만, 그래도 ‘눈웃음 지으며 웃는 모습’은 친구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라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 처럼, 어릴 적 예수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을 만난 후, 매일 조금씩 그분을 닮아 가는 모습이 꽤 낯설게 느껴졌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설교하는 모습과 감사성제가 자신들에게 익숙한 전례가 아니니 많이도 어색했겠습니다. 그러니 ‘너 내가 알던 예수가 아닌 것 같어~’라고, 조금은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눈웃음을 지으며 웃는 모습’이 그대로라며, 그 웃음에서 전해지는 우정과 어릴 적 흔적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 그분을, 처음 ‘진심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릴 적 읽었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마을의 작은 소년이, 뒷 산의 ‘큰 바위’를 보면서 고요하게 또 진중하게 닮아 갔듯이, ‘하느님’이라는 공동의 꿈에, 예수님과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조금은 예수님을 닮고, 아버지 하느님의 향기를 풍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늘 한결같은 주님, 예수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매일같이 저희들과 함께 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