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놀이방이 된 재단 사무실

해피제제 2012. 1. 11. 06:45
1독서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복음말씀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단상

오랜만에 관구본부에 들렀다가 '기쁨나눔재단' 사무실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들은 알록달록 마치 놀이방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다.
정면에 커다란 바퀴가 달린 아가 침대가 놓여 있고,
그 뒤에 컬러풀한 고무 판이 바닥을 가득 채운 채 아기들이 타고 다니는 놀이기구며 의자,
벽쪽으로 산 처럼 쌓아 있는 아가 용품들이 난리도 아니다.
게다가 골룸바 자매님은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서류장에서 아기 기저귀를 꺼낼 정도로
사무실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아가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었다.  
재단 사무실 안이 마치 알록달록 신기한 놀이방 같아서 신기하기만 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더니 출산을 하고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자매님이 청했더니
그 애기 신부님께서 키워 주시겠다며 얼른 나와서 재단근무를 하랬단다.
그래서 집도 사무실 근처로 이사를 하고 아침마다 아기를 안고 걸어서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사무실에 아가와 함께 근무를 한단다.
관구본부 전체에서 새로운 시도(?)에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무척이나 좋아라 하시고
왔다갔다 하시면서 한번씩 들러서 이제 아가는 아빠 보다 신부님 수사님들을 더 좋아한다나!!

한참을 아가를 안고 있었도 얌전하기만 하다.
아가의 달달한 냄새도 기분이 좋고 내 품에 완전히 기대어 숨을 쉬는 모습이 또 그렇게 고맙다.
안경을 채가도, 목도리를 잡아 당겨도 품 안에서 꼼지락대는 폼이 어찌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울지도 보채지도 않으면서도 눈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이 또한 그렇고
옹알옹알 제 딴에는 무언가 말을 하는 모습이 마치 '아빠'라고 하는 듯 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자매님은 "수사님은 '아빠' 아니거든" 재미있게 훈수를 둔다.
이제 6개월 된 아가는 하루종일 아빠보다 재단 신부님 손에 안겨있는 때가 더 많단다.
사무실이 마치 자신의 놀이터인양 자고 먹고 울고 웃으며 제 집을 만들어 버렸고
또 그것이 당연한 양 신부님과 다른 스텝도 관대하게 대해 준다.
재단의 대장이 '놀이방'인양 사무실을 온통 꾸며놓았으니
아직 결혼 안한 가브리엘라 자매님도 곧 이 놀이방에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오지 않을까

문 앞의 팻말처럼 '기쁜나눔재단'이 이 아가 덕분에 엄마에게도 신부님에게도
또 찾아드는 손님에게도 포근 느낌과 달작지근한 냄새와 한껏 전해지는 환대의 분위기로
'기쁨나눔'의 공간일 수가 있겠다 싶다.

아가를 품에 안은 그 느낌이 여직 남아서인지 오늘의 독서와 복음도 따뜻함이 가득하다.
어린 사무엘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그 따뜻함이 가득하고
예수님을 찾아 드는 사람들의 간절함과 그 애틋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아침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아기 지원이와 그 엄마에게 당신의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