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릴 게 무언가!

해피제제 2011. 8. 17. 07:28
1독서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임금을 세우려고 나무들이 길을 나섰다.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고 올리브 나무에게 말하였네
올리브 나무가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그들은 무화과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이 달콤한 것, 이 맛있는 과일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그들은 포도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해 주는 이 포도주를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복음말씀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하고 밭 임자에게 투덜거렸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단상

산행을 끝내고 올라오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구 로즈마리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함양에서 대구까지 1시간 지척이니 들렸다 가려는 계획이다.
다행히(?) 연결이 되지 않아 그냥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서울 고모네 댁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로즈마리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날따라 성당에서 모임이 길었다면서 전화를 놓쳤다며 매우 애석해 하신다.
'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겠다며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진즉부터 대구 다녀 가라며 얼마나 오매불망 하셨는가
전화를 하실 때면 꼭 꼭 다짐을 받아두곤 하셨는데
막상 기회가 닿으니 인연이란 게 또 이래 보인다.
내가 시간을 내니 또 그쪽에서 사정이 생긴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게 인연 아닌가!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서 올라오는 것은
'아, 다행이다' 싶은 안도하는 마음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온 산길을 다니며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좋은 여행 되세요.'라며
남녀노소 낯선 사람에게 반갑게 말을 걸 수 있는 나임에도
그래서 이런 넉살에 같이 다닌 60대 서울 부부는 '사위'삼고 싶다며 은근히 딸 자랑을 받았음에도 
또 어떨 때는 이렇게 한 소심이가 되어 버린다.

아무리 넉살이 좋기로서니 상대방이 진심이 되어버리면
이쪽에서도 마음을 다하여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허투루 인연을 대할 게 아니다. 


1독서를 입술에 올려두니 한 편의 시 같다.
나무들의 집단행동(?)에 픽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면서
그러면서도 자족하는 나무들에 감탄을 한다. 

'왕' 으로 모시겠다는 데에 그것도 싫단다.
그저 '생긴대로' 살겠다 한다. 
올리브나무가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데...'
무화과나무가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을 내는데...'
포도나무가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하는데...'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릴'게 무언가

그럼에도 땅 위에서 사람과 연을 맺고 살아가야 하는 나는
나무들과 달리 '흔들거릴' 일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