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말걸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월례피정

해피제제 2011. 2. 9. 17:54




지난 1월 8일과 9일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한 월례피정이 김포 이웃살이에서 있었습니다. 사실 이웃살이의 가장 큰 존재이유 중의 하나가 정의의 증진과 더불어 복음의 선포에 있습니다. 이제껏 이웃살이는 정의의 증진 쪽으로 그 활동을 전개해 왔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켠에서는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의 영적인 갈증을 채워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웃살이에서는 매월 1박 2일 월피정을 필리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내가 말이야...' 김우선 신부님께서도 이번에도 피정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7명의 필리핀 친구들과 함께 이웃살이에서 피정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사실 필리핀 친구들이 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특근수당을 포기하고, 그리고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휴일을 희생한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필리핀 친구들의 영적인 목마름이 무척이나 컸던 모양입니다. 이날 피정에 참여한 7명의 친구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리고 사후 평가에서도 대단히 좋았습니다.

 

필리핀 전례팀의 합창단 기타리스트 준 다칼로스 군이 자신의 인생역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피정의 주제는 마르코복음 6장의 오병이어의 기적이었습니다. 음식의 먹기위해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들고 축복하시는 모습, 그리고 그 예수님을 뵙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의 의미를 묵상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피정에 참석한 우리들 역시 예수님의 빵과 물고기를 애타게 그리는 사람들에 다름아니었습니다.

 

'내가 말이지...쫌 배고프단 말이지...' 필리핀 공동체의 실무담당인 윌리엄 군이 주린 표정으로 김우선 신부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피정을 통해 우리는 점차 서로에 대해 잘알게 되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내적인, 그리고 어찌보면 은밀하기까지한 속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어 주었고, 우리들 모두는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 하나됨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호...저런 비밀이 있었다니...' 나눔 중에 받아적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에서 나눔과 강의, 기도와 미사가 있었습니다.

이웃살이에 파견된지 이제 6개월이 됩니다. 이 피정은 저에게 가장 의미있고 보람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필리핀 친구들에 대한 앎의 깊이와 너비가 훌쩍 커진 기분이었습니다.

 

이웃살이의 작은 골방에서 은밀히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가 어찌해서 한국에 왔냐 하면 말이야...' 멀룬 군의 나눔입니다.

 

'좋은 얘기는 받아적는 것이 제 맛' 순서대로 리차드, 사무엘, 준 다칼로스, 윌리엄의 모습입니다. 저희들의 좋은 파트너들입니다.

이번 피정은 일부러 필리핀 공동체의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이들이 피정을 통해 좀 더 공동체성을 체험하고 이를 다시 동료들을 섬기기 위한 좋은 자양분으로 삼기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12시에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7명의 친구들과 각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모두들 이 피정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후에 성당으로 가서 미사후 그들의 나눔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동료들에게 나눠주었고, 피정에 참여하기를 진정으로 권해주었습니다.

 

'피정이 끝났더니 말이야... 돈까스도 주더라.' 김포성당 샛별 레지오에서 공교롭게도 일요일 봉사의 일환으로 돈까스를 준비해주셨습니다.

굳이 피정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먹고 살기, 이른바 생존에의 욕구는 일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고귀한 피조물로서, 창조주에 대한 갈망이 영혼에 새겨진 존재입니다. 이주노동자들 역시 그러합니다. 이웃살이로서는 이들의 영적인 갈증에 어떤 식으로든 응답을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정, 미사, 그리고 그밖의 신심활동들은 이들의 영적인 성장,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좋은 자양분이 되리라 믿습니다.

+AMDG

* 이 글은 김민수사님께서 작성해 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