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땅 파서 장사하나?

해피제제 2010. 12. 1. 08:01
1독서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주님의 손이 이 산 위에 머무르신다."


복음말씀

많은 군중이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단상

속 상하다.

이웃살이에 찾아드는 사람들은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이다.
그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이웃살이를 찾는다.

당장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갈 비용이 없어서,
공장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해서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하니 몸 성한 곳이 없어서,
가족을 두고 홀로 외따로이 타국에서의 외로움 때문에,
열심히 일했는데 월급을 안 주니 당장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오늘 출근길에 병원엘 들러야 한다.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아이를 낳았는데 퇴원을 도와 주기로 했다.
그런데 병원비가 만만찮다.
병원측에 사정을 해서 10%를 할인 받았다.
그래도 그이들이 부담할 병원비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서울 노동상담소 배 실장님께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쪽에서 책정되어 있는 응급기금을 요청했지만 금액이 충분치 않다.
그것도 몇 가지 요건이 만족되어야 한단다.
당장 오늘이 퇴원일인데.....

이제 막 합류한 동기 수사님은 반액을 이웃살이에서 지원해 주잖다.
예수님처럼 아픈 이들을 보면
'가엾은 마음'이 먼저 일어나는 동기 수사님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웃살이의 올해치 응급기금 예산은 이미 진작에 동이 난 상태이다.
이웃살이의 살림을 맡고 있는 나는 '가엾은 마음' 보다는
제자들 처럼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속이 상하고 내 이런 모습에 괜히 울적한 마음이다.

속 상한 김에
그렇게 이런저런 사정없이 '가엾은 마음'만 외쳐대는 동기 수사님에게
"우리가 땅 파서 장사합니까?"라며 뾰족한 말을 내뱉고
또 그것이 속 상해 하루종일 울고 싶은 마음이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