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맑고 싱그럽게

해피제제 2012. 1. 9. 06:48
1독서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복음말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단상

매주일에는 마송에 있는 조그마한 성당으로 미사를 참례하곤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주일에 딱 하루 쉬기 때문에 이날은 이웃살이가 가장 분주한 날이다.
해서 이른 시간에 미사를 드리고 출근 해야 하는 터에 여기까지 오게 된다.

주일 통진성당 아침 미사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미사다.
그럼에도 워낙(?) 시골인지라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이 3-4배는 많은 곳으로
그럼에도 아이들 중심의 아기자기한 미사로 보낸다.

특이한 점은 이 주일날 아침의 미사 강론은 여느 미사와 다르게
본당 신부님이 아닌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하신다.
대학생 혹은 직장인들이 주인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그래서 이제 막 20살인 젊은 청년부터 30이 안되 보이는 앳된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다.
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동영상 애니매이션을 이용한 강론은
딱 어린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어서 그 소박함이나 순수함 게다가 지혜로움까지
어른인 내가 더 재미있어 하는 그래서 매주 주일학교 미사를 기다리는 이유다.

각자의 성장의 단계에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이끄심의 손길이
얼마나 그이들의 삶에 더해지는지 주일학교 젊은 선생님들의 강론 속에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삶과 소박한 지혜들을 나누어 받는 통진성당 신자들은
꼭 본당 신부님의 강론뿐 아니라 당신들의 아들 딸 혹은 손주같은 이들의 나눔을 전해 받으면서
또 교회가 선포한 평신도들의 사제직, 왕직, 예언자직의 몫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어찌보면 정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는 신부님과 교회의 몫에
그 말씀을 받아 누리면서 삶에서 고군분투하며 뿌리 내리게 되는 젊은 선생님들의 나눔에서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작은 희망들을 확인하게 되고
한편의 일방적인 주입이나 강요가 아닌 서로 조화롭게 몫을 나누어 꽃피게 함이 그 이유다.

신자석에 앉아 있는 코흘리게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젊은 선생님들의 설익은 강론에 그것이 맑고 싱그럽기에 강론이 끝날 때마다
아마도 본당 미사 중간에 신부님들을 위해서는 한 번도 쳐 보지 않았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뢰와 같은 박수들이 선생님들로 향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이들의 실수가 귀엽고, 그 나눔들이 고맙와서
그래서인지 매번 이 박수소리가 당연해 보일 정도다.

조그마한 시골성당에서의 이 작은 시도가 그래서 참으로 멋져 보인다.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