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무딘 마음

해피제제 2011. 6. 20. 07:12
1독서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복음말씀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단상

공동체에 도착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이웃살이에서 매주 스포츠페스티벌을 벌리고 있는 대곶중학교 관리기사님이다.

내용인 즉슨,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정리하지 않고 한무데기 쌓아둔 채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서와서 치워달라는 부탁의 전화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페스티벌 개막식 봉사자들을 집으로 초대한 날이다.
사회를 본 통역 봉사자와 그 가족,
프란치스코 재속회 내외
하성성당의 봉사자 둘
이렇게 일곱명의 손님들이 공동체에 와 있을 참이다.
그래서 기사님께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부탁할 수 있는지 여쭈었지만
그게 쉽지 않단다. 운동장을 사용하는 이들이 우리 그룹이 아니란다.

해서 같이 가겠다는 동기 수사님을 먼저 올려 보내고
다시금 행사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올라오는 것들이 있는데

1. 뒷 정리를 하지 않고 떠난 이들에 대한 원망
2. 다른 방안이 있을 터인데도 굳이 전화를 함에 대한 서운함
3. 매번 이렇게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원망

그렇게 '억울해'있다가 또 조심스레 올라오는 목소리가 있으니

1. '왜 원망스러운데?' 하는 목소리 
2.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잖아'하는 목소리
3. '끝까지 마무리를 할 걸' 하는 목소리
4. '이것도 내 역할이잖아' 하는 목소리 등

맥 없는 '원망' 뒤에 슬며시 '부드러운' 목소리에
어느사이 묵묵히 쓰레기를 정리하고
차에 실어서 모아진 곳에 내려다 둔다.

돌아오는 발 걸음은 가볍기까지 하고
오히려 걱정에 싸여있을 초대 손님들과 이웃살이 스텝들에게
그냥 별 일 아니었다며, 해야할 일 하고 왔다며
그이들의 마음에 가벼움을 전한다.

내 마음의 움직임을 뚜렷이 보는 것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수도삶을 두디게 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