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밥 한 끼의 사랑

해피제제 2011. 4. 29. 07:44
1독서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복음말씀

"와서 아침을 먹어라"


단상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서울에 와서 오랜 기간 홀로 지냈다.
수도회 입회 전까지 무려 10 여년을 자취 생활을 했으니 혼자 밥 먹는 데에는 이력이 날 정도였다.
그렇다고 어머니 솜씨처럼 요리를 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손 닿는대로 챙겨 먹는 수준이다. 

언젠가 주방에 첩첩이 산 처럼 쌓여 있는 '햇반'을 보고
'CJ식품' 개발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선배는 매번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그 시식을
나에게 부탁했을 정도다('CJ에서 상이라도 줘야되지 않냐'는 내 타박에.....).  

아무튼 그런 자취생활의 고군분투를 알기에 누군가 '밥은 잘 챙겨먹고 있니?'라는 인사는
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게 밥 한 끼 사주지 않는 사내 녀석들의 인사일지라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도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혼자 밥 해 먹고 다니는 녀석들에게는
늘 같은 인사를 건넨다. "얘들아,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니?"

그이들도 나의 이 인사가 한 때(지금도 별반 다름없지만)
그이들과 같은 경험에서 나왔음을 알기에
비싸고 멋진 '밥 한 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국에 숫가락 담그고 얼굴 마주보며 나누는 만찬(?)이라
서로가 금방 한통속이 될 수 있다.
'밥 한 끼의 나눔'이란 그래보인다.

누군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밥을 챙겨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이의 시간을 내고, 한 자리에 앉아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이 때로는 희생임을 알기에
그래서 이 '밥 한 끼' 나눔의 시간도 자신을 챙겨 주는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요원한 일이다.

지난 밤 같이 만찬을 나누고 하하 호호 삶을 나눴던 예수님이
느닷없이 그이들의 일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
그것도 공생활을 함께하며 누구보다 예수님을 잘 이해하고 따랐던 자신들이
그이를 팔아 넘긴 것은 물론이고 또 가장 먼저 그 자리를 피해버린 씁쓸함이 
멀리 티벳리아 호숫가 일상으로 되돌아 와서도
여전히 그 허전함에 고기잡이에도 도통 마음을 쏟을 수 없다.
이미 마음이 떠나있다.


그 때 누군가 "얘들아, 밥은 먹었니?"라고 식사를 대접해주고,
꽁꽁 언 마음에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 준다면?
그리고 말 없이 함께 밥 먹어준다면?

그이들에게 그분이 누구신지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랑하시는 제자 요한의 입술에 올려진 탄성처럼
그런 것은 마음이 먼저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주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