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 훌쩍....
샬롬
일본에 온지 한 달이 지났고
바쁘게 일본어를 배우면서 또 그렇게 지냈고
그러면서 어제 도쿄주교좌성당에서 성소주일미사를 참례하면서
여러가지 일본 가톨릭과 예수회 일본관구를 보면서 올라오는 것도 있고....
예수회 일본관구 전체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둥지를 트고 있는 미키하임 신학원은 분위기가 사뭇 괜찮습니다.
자국인 다섯에 외국인이 10명인지라, 게다가 원장(아르헨티나, 48세),
당가 신부님(미국, 75세)이 모두 외국인인지라
공동체가 완전히 국제적인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일본말로 누구누구 '상'은 우리나라의 '씨'에 해당하기 때문에
말부터가 수평적이라 굳이 '신부님(신부사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에 더욱 그래 보입니다.
동시에 아침 7시 미사와 곧이어지는 식사는 전원이 참석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혀 있습니다.
또 일과를 마친 6시 45분 공동체에 머물고 있다면 전원이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저녁식사를 합니다.
그때쯤이면 대부분 공동체로 돌아오기 때문에 시간도 알맞고 자연스러운 것이 역시 '전통'이란 이런거구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침과 저녁식사 후 설거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성당에서의 성체조배는 배울점이다 싶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알로이시오신학원에서 머물면서 원장신부님께서 시작하시던데 아하! 이거였구나 싶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기도에서는 성무일도 대신에 성체현시전례를 합니다. '매주' 이것도 새롭습니다.
물론 수요일 공동체날이 있기는 합니다.
함께 미사를 하고 미사 시간에 강론 대신에 짧은 나눔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형제들이 하곤 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설거지, 성체조배 후 간단한 회의를 합니다.
대부분 주일에 각자 본당에서 사도직을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공부에만 몰두합니다.
그래서인지 매일 저녁 기도와 함께 이어지는 식사에서는 형제들과 길게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일본관구와 한국관구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신학원에 한해서인지는 몰라도 관구의 큰일에는 신학생 전원이 나섭니다.(장례식과 같은...)
그리고 공동체에서 자신이 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무섭도록 책임감이 강합니다. 당연해 보입니다.
동시에 나머지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각자 개인에게 맡겨둡니다.
짧게 한 달을 지내면서 느낀 소감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일본관구에서는 어려움이 있겠다 싶습니다.
아무도 이거해라, 저거해라 심지어 실수를 해도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평가는 냉정합니다.
이런 면에서 공동체 지향적인 한국인의 심성에서는 매정해 보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공동체에 먼저 자신의 시간을 허락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며,
자기 시간 역시 철저히 지킨다'라는
제 기본적인 삶의 태도 때문인지, 일본과 예수회 일본관구가 딱 제 스타일입니다.
벌써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일본으로 오기 전 짧게 신학원에서 머물면서
수사님들 몇 분이 일본에 관심을 보이셨는데
기본적인 성향이 외로움을 깊게 타거나, 정이 고픈 형제들은,
외로움을 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이라 누구나 그렀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서
외로움을 충족하려는 노력으로 여기저기 사람과 놀이와 일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헤맨다면
아무도 그것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일본관구라면 조금은 힘들겠다 싶습니다.
예수회 일본관구의 분위기가 서구식이며, 그 시작과 주류가 외국 예수회원들인 터에
서구식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일본관구 양성과 통치에 깊게 뿌리 내린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기양성은 자신이 책임진다'라는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홀로 하느님과 수도삶에 굳건히 뿌리 내리지 못하면 평생을 수도자로 살아가야할 이 삶에서
양성 중 시기에 흔들대고 그러다가 넘어지고 또 그러다가 수도회를 떠나면서
그렇게 자기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냉정해 보일지라도
아무도 감 놔라, 배 놔라 일일이 간섭하지 않습니다.
일본관구에서는 이러한 양성이 당연한 듯 그래 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낸 이들이 서품을 받기에 숫자도 적고, 그러나 사무라이 같이 강해서
수도회 내에서의 역할과 자신의 삶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듯 합니다.
제게는 또 이런점이 한국관구에서의 양성과 다른 점으로 다가옵니다.
저야 정에 목말라 하면서도 냉정하게 맺고 끊으며 삶을 살아낸 터에
관구장 신부님이 걱정하신 것 처럼 너무 딱 맞는 옷이라 성장이 멈추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보이시겠지만 신부님이 경험하셨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물 설고, 낯설은 외국 생활이란 것이 매 순간 녹녹치 않은 것임을 실감하기에
그런 걱정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충분히 매일같이 도전 받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그 긴장들 즐기며 살고 있으니
일본이라는 나라 제게 쉬우면서도 또한 평생 도전이 될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 보입니다.
여하튼 며칠 전 받은 일본관구 인적 구성 자료에서
현재 225명 가운데 36세인 제가 밑에서 13번째입니다.
관구 평균나이 70세, 그리고 71세 이상이 138명, 제가 일본에 온지 1달 만에 3번의 장례식이 있었으니
10년 내에 140여명의 어른 신부님들이 하늘나라로 이사를 떠나실 것을 생각하면
게다가 입회자가 매년 1명(혹은 없거나)이라면
10년 후에는 120-30여명의 회원만이 남게 될 전망입니다.
일본관구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단 사람이 없으니 어떤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처지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한국과 공동사목을 추진하기도 하면서
또 한국신학생들이 더 많이 일본에 와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에 괜히 짠해 지는 것이 원체 일본 가톨릭 인구가 적은지라
어제 됴쿄대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있었던 신학교, 수도회 소명의날 미사에서
3개의 교구가 합쳐진 됴교신학교의 신학생이 1학년부터 부제까지 겨우 12명입니다.
그것도 몇몇 수도회의 신학생이 포함된 숫자라니 오죽하겠습니까
그런터에 고군분투 예수회 일본관구의 실정 역시 그래 보입니다.
1명 혹은 한 명도 없는 입회자를 맞고 있는 예수회 역시 10년 후를 생각하면...
그래서인지 자꾸 마음이 짠해 지는 것이 전체 예수회의 현실이 이와 같아 보입니다.
없다없다하지만 한국관구는 정말이지 복도 많다 싶습니다.
에고, 두서없이 미키하임에서의 신학원 삶과 일본 교회에 대한 느낌을 전해봅니다.
한달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일본가톨릭과 예수회 선배님들의 삶을 보면서
자꾸 짠함이 더해지는 것이 이러다 진짜 정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그런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