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분노가 내게 말을 걸을 때

해피제제 2011. 9. 22. 07:22
1독서

너희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아라
씨앗을 많이 뿌려도 얼마 거두지 못하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으며
마셔도 만족하지 못하고 입어도 따뜻하지 않으며
품팔이꾼이 품삯을 받아도 구멍 난 주머니에 넣는 꼴이다.


복음말씀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단상

아농씨와 완비파씨는 한국에서 6년을 일하고 19일 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퇴직금 중 절반만을 수령하게 되었고 나머지 금액을 받기 위해 이웃살이를 찾았다.

그이들이 근무하던 회사에 전화를 해서 떠나기 전까지 입금을 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확답은 받았지만 혹시 모르니 19일 비행기를 일주일만 더 연장해 두도록 했다.
종종 출국 당일까지 입금을 시켜주지 않는 사장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케이스를 종결하려는 데 아니나 다를까
19일 당일 찾아 온 그이들의 얼굴에는 낭패의 기색이 다분하다.
통장을 보여주며 아직 입금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해당 공장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 왈 "29일까지 비행기 연장 했다면서요 그때까지 넣어주면 되는 거 아니예요?" 한다.
세상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아농씨와 완비파씨가 출국을 연장한 것은 혹시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까
노파심에서 비행기를 연장한 것이지 이 회사가 그것을 빌미로 미루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태연하게 떠나는 29일에나 입금해 주겠다고 오히려 큰 소리다.

순간 분노가 확 솟구친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깊게 하고
그 동안 사장님 사정을 들은 이야기며 그래서 서로가 19일까지 합의를 본 내용이며
근데 아직 입금하지 않은 사실 등을 애써 추스린 마음으로 전한다.
그래서 29일 또 입금해 주지 않으면 이 사람들 그냥 떠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묻는다.
당연히 29일까지는 퇴직금을 주겠다는 허망한 대답이다.

이래저래해서 오늘도 날짜를 어겼는데 그리고 비행기를 연기한 사정이 회상의 사정 때문이 아닌데
그래서 29일 만약 주지 않으면 이 이들만 낭패를 보는데 약속을 어기는 회사를 어떻게 믿겠냐고 묻는다.
한 참 동안 대답이 없다. 그리고 다시금 그때까지 주겠다는 대답만 반복이다. 

다행히 화는 차갑게 식었고 냉정하게 이 두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 한 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회사는 회사대로 기다리라 하지만
떠나야 할 입장에서는 비자 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29일 회사측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또 그렇게 뒷통수를 맞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가 너무 비일비재해서 서둘러 진정을 넣고
이번에는 제발 한국의 노동법이 이들의 사정에 귀 기울여 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오늘 노동부 부천지청을 방문한다.
진정인 두 분과 함께 나갈 것이고 피진정인인 사장님도 출석할 것이다.
사장님은 '6년간 해 준게 얼만데' 하며 온갖 감정적인 것들을 토로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이들을 다독이며 이렇게 말한다.

'무서워 할게 아니다. 두 분도 6년간 우리나라 사람들도 하기 힘든
1시간 3000원, 4000원 하는 최저임금을 받고서 가장 험한 일터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가장 위어려운 일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월급을 받고 퇴직금을 받는 것이다.
내 몸 아픈 것, 외국 사람이라는 무시 숫한 가슴앓이 참아가며
그래도 돈을 벌어가기 위해 노동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고용주를 겁내야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웃살이와 같이 함께 해 줄 친구가 있으니 두려워 할 게 아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들은 선한 얼굴의 그이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기 위함이면서도
오늘 아침 내 기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