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이들

해피제제 2012. 1. 13. 07:14
1독서

사무엘은 "우리를 통치할 임금을 우리에게 세워 주십시오." 하는 그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언짢아 주님깨 기도하였다.
주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백성이 너에게 하는 말을 다 들어 주어라.
그들은 사실 너를 배척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배척하여,
더 이상 나를 자기네 임금으로 삼지 않으려는 것이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단상

주방의 큰 탁자는 우리의 식탁이 되기도 하고, 공동체의 제대상이 되기도 하더니
가끔은 누군가의 책상 역할도 한다.
넓고 탁 트인 거실에 위치한지라 모두가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어제 오늘 오랜만의 한국인지라 10시간의 시차 덕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녘에도 이리저리 방황하고 계시는 신부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졸지에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이른 아침 서성대다가 기도도 하고 끓인 차도 마시고 이렇게 짧은 글도 쓰곤 했는데...

그러고보니 신부님과 대화 중에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었으니
당신은 학위 논문을 쓸 때 공동체 휴게실의 커다란 책상을 이용했다고 한다.
늘 공동체 회원들이 오고가면서 한 마디씩 해주는 것에 큰 힘을 받았다나 어쨌다나...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맞장구를 치며 괜히 기분이 좋았던 것이
나역시 알로이시오 신학원 도서관의 엄청 큰 6인용 책상에
자료들을 산처럼 쌓아두고 마치 내 자리인양 그렇게 논문을 썼던 적이 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그냥 몸에 자연스럽게 행한 것인데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가지 알아듣는 것이 있으니 이것도 내 생각이지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지라 자연스럽게 넓고 탁 트인 곳에 늘 있지 않았나 싶다.

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는 그래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하느님 창조하신 바가 사랑과 관심을 서로 주고 받고 살라 하는 것 같아
(살아보니 계속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아 듣게 된다)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혹은 격려가 필요한 곳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골방에 갇혀 살던 중풍 병자를 네 명의 친구들은 마을 사람 앞에 끌고 나온다.
무작정 모든 이들 앞에 그것도 공개적으로 뒤틀린 팔과 다리를 내어 놓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솟구치는 원망과 부끄러움, 스스로의 처지가 창피하면서 저이들이 친구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
"얘야....." 하고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그동안의 서러움과 아픔 그리고 죄스러움을 모두 담아
차마 목 놓아 울어 보지 못한 세월들에 펑 펑 눈물을 흘려 본다. 

뒤틀린 손발처럼 삶이 온통 그래 보였던 자신에게 이렇듯 손을 내밀어 주는 이,
죄를 사해 주는 이, 그리고 한결 같은 친구들이 곁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이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해 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