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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미사

해피제제 2012. 3. 14. 21:56

 

천주교 예수회 사제들, '구럼비 폭파 중지와 삼성물산 회개를 위한 미사' 봉헌
13일 오후 8시 삼성물산 앞에서 미사.. "강도짓이 정당화되는 세상에서 사마리아인처럼..."
2012년 03월 14일 (수) 11:39:34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작은 것을 귀하게 보시고 작은 이들의 외침을 크게 들으시는 주님. 이 땅의 작은 소리를 모아 당신께 드리오니 친히 들어주시고, 그동안 우리가 작다고 외면했던 소리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용서하시고, 오늘 우리의 이 작은 행동이 당신 보시기에 큰 것이 되기를, 이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축복해주소서.”

 

3월 1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앞에서 수도자와 신자 등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구럼비 폭파중지와 삼성물산의 회개를 촉구하는 첫 미사가 봉헌됐다.

지난 12일, 미사를 제안한 예수회 정만영 신부는 “이 미사는 삼성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삼성의 회개와 이땅의 정의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기도”라고 의미를 밝히며 미사를 진행했다.

강론을 맡은 예수회 오세일 신부는 “그동안 이 세상에서 강도를 만나 절반쯤 죽어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부족한 삶을 회개하고, 용서를 청하고자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인사를 전하면서, “우리의 안위와 국가안보를 이유로 건설하는 해군기지 때문에 제주도 한 구석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시름을 겪고,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았는가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이날 미사에는 대학생 나눔문화 회원들이 함께 했다. 미사에 참석한 이상훈 씨는 "강정마을에서 실제 구럼비를 폭파를 감행하는 이들은 건설업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어두운 그늘, 생명이 파괴되는 곳 뒤에 삼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말하면서, "사순절이라 더욱 의미있는 미사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신부는 “이 세상에 죽어가는 이에게 자신의 모든 온정을 베풀었던 사마리아인과 같은 이들이 아직 많이 있음에 감사드린다. 양윤모 선생의 구속과 목숨을 건 단식으로 저 작은 강정마을이 동북아의 평화, 세계 평화의 온상으로 나갈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개발과 1등 논리만을 따르며 누가 누구에게 강도짓을 하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오세일 신부는 “세계화, 세계 형제들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재벌이 잘 살고,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천명한다”고 이르면서, “사람이 소모품 취급 당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풍토, 강도짓을 정당화하는 산업구조가 개혁되지 못한다면, 국민소득이 오르는 것이 아무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정당하게 대접받는 공동선이 증진되는 사회를 염원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시작된 ‘구럼비 폭파중지와 삼성물산의 회개를 촉구하는 미사’는 앞으로 사순기간 동안 매일 오후 8시, 서초동 삼성물산 앞(강남역 7번 출구)에서 봉헌될 계획이다. 정만영 신부는 “오늘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함께 기도해준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하면서, “이 미사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미사이며, 앞으로 단 한 명이 오더라도 미사는 이어질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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