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다음은 도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수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 중에 갑자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으시며, “수사님네는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이, 언제나 인자한 미소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시는 훌륭한 선배님이 계시니 말입니다.”라고.
여러분들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저희 예수회 출신이라는 것 잘 알고 계시지요? 해서 저도 “네 그러네요 수녀님”하고 맞장구를 치며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런데요 수녀님!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수도원 공동체에도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향기를 가진 분들이, 여러분 계시답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예수회 한국 관구에도 물론이고요.” 라고.
확실히 그렇습니다. 당장에라도 이름을 댈 수 있는 예수회원들이 제 머리 속에 몇 분이 떠오릅니다. 이곳 나가사키 수도원 공동체에 함께 살고 있는 93세의 가르시아 할아버지 수사님은 여전히 현역으로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하시며, 매일 새벽 미사 제대를 준비하시고, 주말 식복사 자매님이 출근하지 않을 때에는 손수 요리도 하십니다. 늘 말없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는 모습에, 제가 나이들어 그렇게 늙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멋진 분이십니다. 또 91세의 폰테스 신부님은 이번 여름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면, 순례단을 이끌고 고국인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평생을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도 여전히, 이런저런 순례계획을 세우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지요.
물론 예수회 한국 관구에도 교황님과 같은 향기가 풍겨 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제 동기 수사님 혹은 후배 수사님 중에도 맑은 향기를 풍겨 내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저희 수도회인 예수회의 회헌과 보충규범,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 매일매일의 양심성찰, 그리고 미사성제와 기도 등을 몸에 새기며 수도회의 정신에 따라 충실히 살아간다면, 제 50대 60대 70대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향기를 풍겨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향기를 풍기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어떻게 풍겨낼 수 있을지, 교황님과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하신 교황님께서는 일정과 무관하게 “한국에 있는 내 형제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라고 하시며 비공식적으로 서강대 예수회 공동체를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오늘 복음말씀을 인용하시며 ‘목자 없는 양들 처럼’ 버려지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예수회원들의 역할을 당부하셨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나눔들이 유효하다가 믿기에, 여러분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눔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위로 하여라, 위로 하여라, 나의 백성을’, 제가 좋아하는 이사야 40장 1절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백성들은 우리에게 위로를 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해서, 그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그 상처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입니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라는 말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느님 현존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위로’는 그것을 받게 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보물과 같습니다. 하지만, 위로를 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하느님은, 기다려주시는 분이십니다. 언제나 용서해 주시고, 참아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하느님 백성을 위로해 주십시오.
상처받은 가장 절박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 야전병원입니다.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그 시기를 놓치면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 많습니다. 여러분, 위로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섬김을 받는) 성직자가 아니라 양 냄새 나는 사목자가 되십시오. 그럴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사랑이신 주님, 당신을 찾아, 사방에서 모여 든 군중들의 허둥대는 발걸음 소리에, 이미 당신은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니다. 당신과 같은 향기를 풍겨내기를 원하는 저희 그리스도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이리저리 치인, 가엾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도록, 당신 닮은 용기와 지혜를 허락하소서. 온전히 저희 앞에 있는 이들만을 위한, 환한 웃음과 따듯한 포옹과 귀기울임으로, 그이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전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