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말걸기

제2차 필리핀 이주노동자 월례 피정

해피제제 2011. 2. 21. 16:00

필리핀 친구들의 손을 볼 때면 항상 가슴이 뭉클합니다. 기름때가 꼬질꼬질 묻어있는 손은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을 위한 희생, 고된 노동... 이런 말들을 초월하는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2월 19일에서 20일, 이틀동안 이웃살이에서 월례 피정이 있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김우선 신부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피정에 함께 해주신 신부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피정 프로그램은 지난 1월 피정과 별반 차이는 없었습니다. 먼저 복음서의 대목을 읽으며 마음을 모으고, 이어서 김우선 신부님께서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기도의 시간과 이어서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우선 신부님께서 6명의 필리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 속에서 어떤 목마름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초대하고 계십니다. 이 물음은 결국 우리 삶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힘든 시간, 기쁜 시간 속에서 예수님을 만났는가와 연관이 됩니다. 사실 이러한 물음과 성찰은 꽤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자신의 삶에 짧은 나눔이 있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타갈로그어로 나눔을 하는 바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 표정, 분위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느낌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티나라는 친구입니다. 일요일이면 멀리 부천에서 김포로 와서 미사에 함께 합니다. 이 친구를 볼 때면 항상 마음이 짠합니다. 이번 피정에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눈물의 여왕으로 등극하였습니다. 션이라는 이름의 아들 하나를 바라보며 힘을 내고 살고 있습니다. 

나눔의 시간이 어찌보면 피정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삶의 어마어마한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아들을 위하여, 배우자를 위하여 한국으로 와서 고생하는 이야기, 지난 세월을 탄식하며 새출발을 하겠노라 한국으로 와서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척 감동을 받게 됩니다. 함께하는 이 시간은 저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양곡성당 국제공동체 미사에서 복사를 도맡아하고 있는 제리입니다. 제리는 주로 야간에 일하는 까닭에 언제나 피곤한 표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얼굴은 동안인데 나이는 어언 33세입니다. 20대에 한국에 와서 지금은 서른이 넘어버렸습니다. 

피정 첫날 토요일 밤에 미사를 끝내고나니 12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들 피곤한 가운데에서도 시종일관 진지하게 피정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왜 이 피정을 시작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피정이지만 언제나 놀랍니다. 이 친구들에게 주말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알기 때문에, 이들이 주말시간에 피정에 참가하는 것이 고맙기만 합니다.

 

강렬한 인상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사진. 호세 막시모라는 멋진 이름의 필리핀 친구입니다. 필리핀에서 사회보장기관(SSS)에서 일한 친구입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의 임금수준이 낮아서 그런지,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일했던 친구들이 한국에 많이 있습니다.  

다음날 일요일은 다행히도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쌍쌍으로 내적 나눔을 하는 페어링 pairing 프로그램을 전격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페어링 프로그램이 피정의 최후의 나눔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페어링을 초대했건만 트리플링이 되어 버렸습니다. 몰래 위에서 촬영하다가 걸려버렸습니다.  

오늘은 프란치스코 재속회 봉사자님들께서 귀한 음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김포에서 먹는 전주식 비빔밥이었습니다. 피정에 참여한 필리핀 친구들과 마침 운좋게 이웃살이에 방문한 태국친구들이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사실 이웃살이를 움직이는 소중한 분들이 우리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시는 후원자분들과 봉사자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은 전적인 호의와 애덕의 마음으로 귀한 시간을 내주시어 식사와 청소와 같은 일들을 해주십니다. 그 어떤 감사의 말도 이분들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피정은 일요일 12시에 끝났습니다.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양곡성당으로 모두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모든 피정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웃살이는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여느 예수회 기관과 마찬가지로 정의의 증진과 신앙에의 봉사에 있습니다. 이 두개의 가치는 결코 분리된 두개의 가치가 아닐 것입니다. 어둠의 왼손이 빛이요, 빛의 오른손이 어둠이라는 말처럼 정의와 신앙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사랑의 다른 이름일 뿐일 것입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한 이웃살이 월례 피정은 이 가치를 살아가기 위한 우리들의 작은 노력입니다.

 

 +AMDG


 *  이 글은 이웃살이 김민 수사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