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죄'는 됐고...

해피제제 2011. 3. 26. 07:59
1독서

그분은 분노를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다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리라.


복음말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주십시오.'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단상

신자들에게도 그리할(?)테지만
수도자인 나에게도 '고해성사'는 망설임이 있는 시간이다.
고해소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음이 복잡한 것이 쪼금 그럽다.

그래서인지 주로 망설임이 적은 할아버지 신부님들을 찾아다.
그리고 그분들 가운데 예수회 신학원의 정일우 신부님의 고해소는
신학생들의 발길이 끊잊 않는다.

그분께서는 죄를 고해하기도 전에 내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하느님 형욱이의 죄를 용서하시고....'라며 불안 가득한 마음을 껴안아 주신다.
이것저것 준비해 간 말들과 죄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방 안에 들어서자 마자 '돌아온 작은 아들에게 아버지가 행하듯'
온 몸으로 안아 주시고, 등을 두드려 주시고,
'네가 살아 돌아왔으니 즐기고 기뻐할 뿐'이시다.

할아버지 신부님은 '내가 준비해 간 죄'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기다리시며 반겨주신다.

온 몸으로 사랑을 받게 된 나는 고해 사제와 하느님 아버지께
일상의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 아픔, 실수, 후회, 깨달음들을
마치 아들이 아버지께 이야기하듯
어느덧 편안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 나눈다.

하느님 앞에서의 고해란 또한 이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