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도 자비가....
1독서
요나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를 들어 바다에 내던지시오. 그러면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오.
이 큰 폭풍이 당신들에게 들이 닥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
복음말씀
"너는 이 세 사람(사제, 레위인, 사마리아인)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단상
매 주일은 이웃살이에서 가장 바쁜 날이다.
마침 그 동안 이웃살이에서 6년째 근무하던 상담 소장님이
안식월을 받아 태국으로 쉼과 연구의 시간을 떠난 관계로 그 손길이 더욱 그립다.
또한 작년부터 '고용허가제'를 한국에 들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기간이 만료 되어
그이들의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래저래 귀국 준비로
이웃살이를 찾는 발걸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요즘 그이들의 주 문의는 퇴직금 수령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 3년 혹은 3년 더 연장하여 6년째 일을 하면서 매년 적립되어야 할 퇴직금이
어떤 이는 일체 회사에서 적립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일부만 적립하거나
또 아니면 아예 그것이 있는 줄도 모른 채 고국으로 떠나갔다.
대체로 회사측에서는 일부분 금액을 보험회사에 퇴직금을 붓는다.
2010년 12월 이전과 달리 이제는 법적으로 1인 이상 공장은 무조건 퇴직금을 주어야 하기에
사전에 적립식으로 조금씩 퇴직금을 모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이라는 것들이
모두가 하청에 하청에 하청을 받는 아주 열악한 곳으로
이미 웬만큼 운영이 가능한 곳은 노동력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한 상태로
한국에 남아 있는 공장들이란 그것도 불가능한 절대 영세 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은 퇴직금을 적립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이웃살이를 찾는 이주노동자들의 주 문의가 '퇴직금 없음'에 대한 하소연인걸 보면
여전히 많은 수의 공장들에서는 법을 지킬 여력이 없는 처지다.
이웃살이의 주일 프로그램은 상담과 국제공동체 미사와 한글교실, 음식 나눔이 큰 갈래다.
대체로 국제 공동체 미사로 대표 신부님과 동기 수사님이 양곡 성당으로 빠져 나가고
나와 소장님이 주로 사무실을 지키며 소장님은 주로 상담을
나는 이것저것 손이 필요한 잡다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구조에서 소장님이 안식월을 받아 3개월을 떠나게 되었으니
당연히 이웃살이에 남아 있는 이는 나 혼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 사정에 어제는 밀려 드는 상담에 연신 머리를 눈가를 꾹 꾹 눌러가며
그이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내가 태국어를 못하는 처지에
그래도 한국에 오래 있었던 한국말을 곧잘 하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거의 한국말을 못하는 자신들의 친구들 사정을 천천히 통역해 준다.
또 무턱대고 이웃살이를 찾는 이들이 많은지라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동원하여
그이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곤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고
또 억울한 마음들을 살피고 내가 더 화를 내고 비분강개하여 당장이라도 공장으로 쳐들어갈 태세가
어떻게 하면 빨리 사건을 듣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로
조금씩 마음이 바빠간다.
원래 이런식으로 바쁘게 사람을 사귀는 사람이 아닌지라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듯
그래서 저이들과 마음으로 관계를 맺기도 전에 해결 해야할 상담 케이스로 대하고 있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이웃살이를 찾는 이들이 환대로 마음의 엮임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유명한데
밀려 드는 사람들로 그 분위기를 잊다보니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괜시리 울적한 것이 과도한 머리(?) 사용으로 머리만 쿡 쿡 매만지고 있다.
태국으로 떠난 소장님이 간절하게 보고싶은 순간이다.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맨발로 찾아든 이들에게 '춥지 않냐'고 인사도 건네고
마음을 녹이라며 손수 커피도 타 주고 나 스스로 여유를 찾아 든다.
이웃살이를 찾아 오는 것이 상담에 대한 해결만이 아님을 알기에
또 내가 마음이 바쁘면 그이들은 더 불안해 함을 알기에
마음에 십자성호를 긋고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부르며 화살기도도 바치고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이들을 향해 온전히 마음을 다한다.
이 아침 고요한 가운데 '누가 네 이웃이냐?'라는 물음에
'내가 마음도 못 다하고, 목숨은 더 더욱 어려워 보이고, 힘은 자꾸 빠지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그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님 당신께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