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해피제제 2011. 11. 18. 07:18
1독서

온 백성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기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늘을 찬양하였다.
그들은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친교 제물과 감사 제물을 드렸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상

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같이 했던 수녀님이 계신다.
마흔 후반 아니면 오십대 초반, 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수녀원엘 입회했고
그 후로 20년이 넘게 수도자로서 살아 오셨다.
그리고 느지막히 수도회의 명령으로 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하게 되셨다.

무척 열정적인 분이다. 또 성실하고 당신의 학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셨고,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시고 또 지적인 능력이 탁월하시어 항상 두각을 나타내신다.

같은 신학과이다보니 한 한기에 4과목 정도를 수강하다보면
꼭 2-3개 과목은 같이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머 수녀님은 전해 듣기로 2-3개 과목을 더 청강을 하신다니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강의를 같이 듣게 되면서 함께 하는 시간도 많고 차도 나누고 산책도 하면서
서로 학문적인 이야기부터 수도 삶의 나눔까지 나이를 잊은 친구가 되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녀님은 좀처럼 친구가 없으셨다.
늘 강의실에서 중심에 계시곤 하셨지만 늘 혼자 앉아 계셨다.
이것저것 수녀님에 대해서 들리는 이야기도 많고 
그 이야기의 대부분이 '함께 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뒷담화에 잘난척에 수녀님이 맞는지 공격적인 언사에 끊임없이 쏟아내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곁에 있다가는 신앙을 잃을 것 같다는 제법 함께 했던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다.
그래서인지 내가 그 수녀님과 함께 있는 것이 종종 목격되자
여기저기서 말들을 전해주는 이들이 있다.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어느 날 강의시간에 아니나다를까 제대로 불꽃이 튀겼다.
성서 주석 발표 시간에 한 자매님의 세미나 발표에 수녀님께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시면서
'그거 어디서 배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한 한번 해보자는 공격적인 언사에
발표자가 얼굴이 굳어 지면서 역시나 곱지 않게 말이 나가더니 논쟁이 아닌 언쟁이 되어버렸다.
강의 교수님의 중재로 일단 넘어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였다.

수업이 끝나고 수녀님과 남다른 우정을 간직한 나는
'친구사이'임을 믿고 몇 가지 조언을 담아 수녀님께 메일을 발송했다.
 
사건은 그 후에 벌어졌다.
원우회실에서 메일을 열어 보았던 수녀님이
곁에서 지켜 보았던 수사님과 다른 원우들의 표현을 빌리면
'나이도 어린 수사가...'로 시작한 언어사용과 안절부절 광분한 모습에 다들 나를 걱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슷한 감정이 실린 메일을 받았다.
'니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비난을 하는거냐? 버릇없이...'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수사님의 신학원에 돌아와서
수녀님의 상태를 전해 듣게 되면서 다음날 '제가 잘 모르고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물론 '그 따위 사과는 받을 마음이 없다'는 노골적인 외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싶었다.

그 후로 2학기를 더 수업을 같이 듣고 졸업을 하고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까칠한 형욱 수사가 그 호랑이 같은 수녀님과
제대로 불꽃을 튀겼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소문에

궁금해 하지도 않는데도 여기저기서 수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심지어는 같은 수도회에 소속된 수녀님도
그분 어디에 계시고 무슨 일을 하고 있다며 잘도 알려 주신다.

'한 나이어린 예수회 수사의 만행'이 그 수녀원까지 소식이 퍼졌다나 어쨌다나....

그냥 오늘 복음말씀을 읽다가 그 똑똑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 생각이 닿았다가
그이들과 예수님의 논쟁에 귀를 기울이다가
나 같이 평범한 이는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라고 그저 예수님 주위에 그 말씀 듣고 앉아 있는데
영원한 나라에 대한 희망과 야훼 하느님을 향한 율법과 예언들을 
조목조목 잘도 꿰고 있는 그이들은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예수라는 이의 설레발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가 점점 위협적이더니  

모여드는 이들에 아니꼽고 재수 없어서 실컷 뒷담화를 해대고서는 죽이려고까지 하니
그 후로 고스란히 수녀님의 나에 대한 말과 행동들을 전해 듣게 되면서
세월이 흐른 지금은 화가 좀 가라 앉으셨으려나 그리고 당신 성질 좀 죽으셨으려나
그냥 추억이 되어버린 그 날과 그 이후로 서로의 어색함이 기도에 찾아 든다. 
 
어렸던 마음과 수녀님께서 고민했을 것들에 미안함을 담아 그분의 자비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