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제제 2011. 12. 8. 07:59
1독서

주 하느님께서 그를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2독서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복음말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단상

간밤 수도회 선배 신부님 어머님의 장례식장엘 다녀왔다.

선종하신 어머님께서 하늘 나라로 소풍 떠나셨다는 그 느낌에
공동체 신부님과 동기수사님 그리고 인천가대에 파견 나가 계신 형제 신부님,
그리고 김포에 살고 계신 상을 당하신 신부님의 지인과 함께 다섯이서 소풍 다녀왔다.

정읍, 먼 길이라 당일 치기 다녀 오려는 마음에 모두들 이른 오후에 길을 나섰다.
몸이 갈비씨인 나는, 뒷 자리 가운데에 끼어 타서는 계속해서 궁시렁댄다.
뒤 늦게 합류하겠다는 신부님 지인에게 미안해 하지 마시라는 너스레를 떤다.
후덕한 몸집을 자랑하는 동기수사님이나 공동체 신부님이 뒷자리에 탄다면 
꽉 껴서 어찌 가겠냐며 그 두 분을 구박 아닌 구박을 해대며 어색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인지 가는 내내 두 분은 내 구박을 다 들어 주어야 했다.
신부님은 조수석에 탄 죄로, 동기 수사님은 담배 냄새 풀 풀 풍긴다는 죄로...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귤도 까먹고, 휴게소에서 커피도 마신다.
늘 그렇지만 지방의 장례식장에 가는 길은 수도 형제들에게는 소풍과 같다.
평소 각자가 바쁜 사도직에 만남이 쉽지 않다가 이런 장시간 여행일 때에야
얼굴을 보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님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응원한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시커먼 복장들을 한 시커먼 남자들이 가득하다.
수원에서, 서울에서, 괴산에서...가시는 어머니를 배웅하기 위해 
어머니의 또 다른 '아들들'이 장례식장에 한 가득이다. 

수도회에 한 자녀 봉헌 했지만 또 다른 아들들 170명이 생기셨으니
어머니 오히려 복 많은 것이라고 언젠가 관구장 신부님의 말씀이 그렇다. 
지금은 수도회에 아들을 남겨두고 울며 흘리며 발 길을 돌리지만
추수 때가 오면 '곡식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응원하셨다. 

왁자지껄 검은 수도복에 로만칼라를 한 신부님들이 한 가득이니
유가족들에게도 찾아 드는 조문객들에게도 신기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오는 순서대로 미사를 올려 주시니 장례식장에서 미사가 끊이지 않고
우리들도 오랜만에 서로를 만남이라 반갑게 그러나 무례하지 않게 형제의 유쾌함을 나누니
슬프고 눈물 많을 장례식장에 오히려 훈훈함이 가득해 보인다.
어머니의 떠나 가심으로 인해 남은 가족들과 조문객 모두의 얼굴에 슬프지만 밝음이 머물러 있으니
그래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