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양식

'평화, 정의, 지혜'를 구하는 삶

해피제제 2012. 1. 3. 06:33
1독서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음말씀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단상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성당을 메우고 있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추모미사'

명동성당에는 그렇게 추모하는 인파들로 가득찼고
미사 내내 그 진지함에 가슴이 뜨겁다.
저마다 빚을 진 마음이리라.

미사를 주례하는 김병상 몬시뇰과 조용하면서도 불덩이를 간직한 강론자 함세웅 신부님
그리고 공동주례로 함께 한 40 여명의 순백의 사제들
게다가 앉을 자리가 부족하여 서서 이 시간을 함께하는 가족, 친구, 동지, 시민들
모두가 저마다 빚갚음 마음이리라.

그렇게 한 생을 불꽃처럼 살다가 사람들의 마음에 그 불씨를 심어 주고간 이
남은 이들은 '잊지 말자' 하며 그이의 삶과 꿈과 희망을 간직한다.

미사 성가와 독서와 복음도 어찌 그렇게 애절하게 그이를 추모하는지...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로운 심판관이신 주님께서 그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입니다.' - 디모테오 후서 4, 7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왔나이다. 주님의 부르심에 오롯이 왔나이다.
하얀 소복차려 여기 왔나이다. 한평생 주님 함께 살고파 왔나이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 요한 1,19-28


억울함은 억울함을 당해 본 이들이 알아보고
가난함은 가난함을 입어 본 이들이 알아본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 앞에서 그이가 복지부 장관이었던 시절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던 이가 또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아픈 이들에게 고한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 2011년 10월 김근태가 블로그에 실은 마지막 글에서

여전히 빚을 진 마음이란
올곳게 좌우 시선 두지 않고 한결 같은 마음이라서이다.
사정에 자꾸 삶의 태도를 바꾸면 물도 불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결국은 세상에 휩쓸려 내 자신이 어디로 흘러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하느님이 되었든, 자신 만의 어떤 것이 되었든
무엇 하나 흔들리지 않을 그것 하나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야 하지 않을까
그이가 살다간 '평화, 정의, 지혜'를 구하는 씨앗이라면
한 생을 살기에는 충분하고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래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