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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거룩한 갈망의 끝에서 만나는 '그분'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거룩한 갈망의 끝에서 만나는 '그분'

해피제제 2011. 11. 11. 12:40

 

거룩한 갈망의 끝에서 만나는 '그분'
예수회 청년토크,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그대, 아직 갈망하는가' 강의
2011년 11월 08일 (화) 09:32:43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인생을 대신 살아줄 사람이 없어 고독한 세상입니다. 그러니 할딱이는 내 맥박을 빼고는 ‘허무’겠지요. 그래서 남는 말이 있지요. 그대,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호명하고픈 그대,입니다. 상상속에서라도 부르고픈 그대,입니다. 내 삶에 보탬이 되지 않아도 그저 단순하게 손내밀고 싶은 그대,입니다. 허무 한가운데서도 문득 새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 사랑이 문득 내 삶에 생기를 줍니다. 그마저도 허무라해도 거부할 수 없는 게 사랑입니다.”

지난 11월 5일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린 ‘청년토크’에서 한상봉 편집국장(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은 ‘그대 아직 갈망하는가’라는 주제로 참석한 50여 명의 청년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닥을 훑고 올라오는 깊은 갈망에 귀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한 국장은 게으른 고양이를 다룬 사진첩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인생 뭐 있나”하고 말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한 때 빛나는 황금빛으로 출렁거렸지만 이제 가을에 되어 사람들 발에 밟히는 낙엽을 보며 인생을 바라보고,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먼 눈빛’을 바라보며 다시 “인생 뭐 있나?”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 끝에 다가온 것이 ‘허무’이고 보면, 톱밥난로에 던져지는 톱밥의 불씨들처럼 한순간에 명멸하는 목숨 앞에서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사랑’이라 했다.

“그 사랑은 어느 구체적인 한 사람에게 꽂힐 때도 있고, 내 삶을 둘러싼 어느 인간에게나 날아가 닿을 때도 있습니다. 그 때의 감정이란 슬픔이고, 안쓰러움이고, 측은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한 국장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마지막 남는 그 말이 바로 ‘사랑’이고 ‘자비심’이라 전했다. 인생이란 ‘표면적으로 보면 결국 허무’일 테지만, 그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자비심’을 통해 ‘속물’에서 ‘인간’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불교에서 전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한다는 보살의 길을 소개했다. “인생 뭐 있어?”하는 허무의식은 사람으로 하여금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게 욕심없이 자신을 대면하도록 돕고, 그 가엾어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섬기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속물’은 자비심 없이 제 입에 들어가는 밥만 생각하며 짐승으로 살기 때문에 ‘동정없는 세상’을 만들고, ‘인간’은 그 자비심으로 ‘세상을 살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비심 안에서 허무가 극복되고, 따뜻한 생의 기쁨에 젖게 한다는 것이다.

한상봉 국장은 이 길에서 ‘거룩한 갈망’으로 청년들을 초대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앞두고 ‘하느님 누구신가?’ 물으며 몸부림 쳤던 시절, 그리고 ‘해방신학’에 심취해 마음으로는 늘 ‘그리스도교 해방전사’가 되고싶어 했던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2~3년 동안이라도 젊은 한때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일탈’이 필요하다. 문득 새삼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계산없이 투신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듣거든, 그들을 위해 한번쯤 깊이 자신을 던져넣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고, 성공을 통해서도 배운다”고 했다. “실패든 성공이든 하느님이 우리에게 건네주시는 사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고유한 길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국장은 그 길 끝에서, 아직 식지 않은 갈망 가운데 결국 ‘그분’을 만난다고 했다. “아직도 갈망하고 있다면 아직도 우리가 청춘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거룩한 갈망이 끝닿은 곳에서 우리는 결국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이다. 한 국장은 그 하느님의 실체가 ‘사랑과 자비’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강의 원고로 준비한 글에는 김사인의 ‘가는길’이라는 시로 마감되어 있다. 그 길을 미리 알고 떠나는 행인(수행자)은 없다. 다만 그 길을 가면서 그분의 흔적을 더듬고, 그분을 체험한 만큼 우리는 그분 안에 잠기게 된다.

   

어디로 가면 되나
내 살아 홀로 그대 만나러 가는 길

어디로 가면 닿는가
남녘으로 남녘으로만 가면 우리 만나는가
북으로 북으로 치달으면 만나는가
한 목숨 내가 버리면 우리 만나는가

피 젖은 헌 가마니에 나도 가 누워
그대 묻힌 어느 시궁에 따라 묻혀서
한 시절 묵묵히 순한 지렁이떼 키우고 나면
그러면 비로소 만나질 건가

아아 언제까지 이렇게만 살 수는 없어 그대 찾아나선 길
나는 갈곳이 없다
그대의 이름을 물을 곳이 없다

지난 3월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이어온 청년토크는 오는 12월 3일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가 'Being, Knowing, Doing: 한번뿐인 삶, 제대로 살아보기'라는 주제로 마지막 시간을 진행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