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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부자들의 고통 본문

매일의 양식

부자들의 고통

해피제제 2012. 3. 8. 08:14

1독서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복음말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

단상 

크게 보이는 고통이든, 작아 보이는 고통이든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고통이
진짜.’
.
오랜 만에 만난 벗이 지난 한 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몸도 덩달아 혹이라는 녀석을 품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온통 암울한 날들이었다
.
평범하게 살아오면서 외적으로 내적으로 이런 시련도 시련이 없었다.
.
이렇게 정신없이 터지는 일들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음을 졸이는 모습을 보고
또 위로랍시고 건네는 사람들의 말들이 한 번 더 그이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야.’, ‘집을 줄여서 강북으로 이사 가면 되지.’,
그래도 다 잃은 것은 아니잖아. 더 큰 일 당하지 않은 게 어디야.’ 라는 현실적인 조언부터,
그분께서는 견딜 수 있는 고통만 주신대. 하느님을 신뢰하고 믿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잖아. 더 열심히 믿고, 그냥 주님께 맡겨 드려라는 신앙적인 조언까지
그분을 아는 이들은 저마다 위로를 건넨다
.
.
그런데, 이와 같은 좋은(?) 조언도
막상 그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니다
.
오히려 무심하거나 공허해 보인다
.
혹은 그 처지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위로조로 흩날리는
한갓 체면치례 이야기로 들리기 까지 한다
.
.
물론 많은 이들이 이러한 마음으로 위로를 해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뭐라 위로해 주고 싶지만 그 고통의 깊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깊이에서 위로를 건네는 것일텐다
.
.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는 이미 벼랑 끝에 위태위태하게 걸려 있는데,
평생에 처음으로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기에
밤잠을 못자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있는데
,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철렁할 텐데,
온 몸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를텐데,
이미 정신은 그 고통에 온통 쏠려 있기가 싶상인데
,
사방이 꽉 꽉 막혀 그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 홀로 내버려진 채
불안감에 안절부절 눈물만 흘리고 마는데
,
날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데,
그이들은 너무도 쉽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그 때문에 더한 상처를 받는다
.
.
그것뿐인가?
신앙생활 하면서 한 명 두 명 마음 닿는 신부님, 수녀님들이 있어서
현실적인 고통은 물론 이렇게 벗들에게서 받은 속상함을 더해
들어달라청하니
오히려 한술 더 떠 내 마음속 이야기는 고사하고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그네들의 입 바른 소리들에 고통 중에 있는 이는 더 질리고 만다
.
제발, 제 말 좀 들어 달라고요!라고 마음속에서는 난리가 아닌데
차마 그러지도 못하는 착한 그이들은
그렇게 들어 주는 게 힘이 듭니까라고
애먼 하느님께 묻게 되고 또 그렇게 물러 나오고 만다
.
.
그러면서 내 앞에 앉아 있는 그이는
처음 고통을 당했던 그때보다도 더 차분한 목소리로 당신 이야기를 쏟아 내고
더 진지하게 그 동안의 우여곡절들과 마주하며
오히려 고통을 겪으며 지내왔던 여러 부대낌들 속에서
스스로 가볍게
, 깃털처럼 가볍게 되어 간다.
.
그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수사님
,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그이들이 겪는 고통은 다 똑같습니다.
오히려 부자들은 그 고통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내가 가진 것을 잃어 본 적이 없어서,
한 번도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은 그이들에게는 죽음보다도 더 한 고통일 수 있습니다.
.
평생을 내가 가진 것들에 의지하며 살아 왔는데,
어느 날 그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이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큰 정신적 충격에 어떻게 일어서야 하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진정한 친구도, 하느님께도 단 한 번도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법을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부자였던사람들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자들이 겪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회의 시선이 그렇다고 교회에서까지 그런다면
그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하소연 할 수 있습니까

교회는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
부자와 나자로의 복음말씀에서
저는 이렇게 고통을 받지만 제 자식들만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제발
죽은 라자로를 그이들에게 보내 달라고 청하는 부자의 간절함이
그날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
.
부자들이 겪는 고통도 그이들에게는
진짜아픈 고통
절절하게 알아들었던 만남이다
.
내 눈에 작아 보이는 고통도 그이들에게는 벼랑 끝 고통임을
내 벗들은
, 교회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 고통과 저 고통이 똑 같은 고통이 아니다' 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교회에서까지 그러면 진짜로 그이들은 갈 데가 없다.
.
주님,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당신의 자비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