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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손'으로 하는 강론 본문

매일의 양식

'손'으로 하는 강론

해피제제 2022. 4. 15. 16:16

 

手の説教

思想の説教、聖書の説教、神学の説教、哲学の説教、教理の説教、社会問題の説教、私の喜びはやっぱり手の説教。

- 河野進『説教』

 

  교구에 축하할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12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나가사키대교구에 새로운 교구장님을 임명하셨고 며칠 , 나카무라 대주교님의 착좌미사에 참가할 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 아래에서 주교단과 사제단 그리고 신자대표들만 자리할 있었던 참으로 소박한 미사였습니다. 입당 행렬도 복사들과 주교단만이 대표로 하고 사제단은 신자석에 널찍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앉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제의를 입고 신자석에 앉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서품 이후 줄곧 제대 위에 서있었으니 말입니다.

 

  제대 앞에서 깊게 절을 하시고 계단을 오르시던 신임 대주교님이 대주교님과 잠시 실랑이(?) 하시더니 갑자기 감실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조배를 하십니다. 아무래도 사전에 계획된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겸손히 그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계시는 뒷모습에 괜히 제가 울컥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강론을 시작하시며 코오노 스스무 목사님의 설교라는 시를 낭독하셨습니다. 바로 서두에 소개한 짧은 시입니다. 이런저런 뛰어난 사상, 성경말씀, 신학과 철학 그리고 교리, 여러 사회문제들을 다루는 설교가 있겠지만 당신의 기쁨은 역시나 손의 설교라십니다. 신임 대주교님은 그럴 듯한 학위도 없고,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으며, 말주변은 더더욱이 없으시답니다. 2 보좌주교로 서품된 이후 번째 많이 들었던 말이 말씀 주십시오’, ‘강연회 부탁드립니다’, ‘피정지도를 청해도 괜찮겠습니까?’ 였답니다. 그러시면서 평소 말주변이 없던 사람이, 주교 서품을 받았다고 갑자기 말주변이 생길리가 없지 않겠냐시며, 이렇게 부족한 당신을 주교로, 이번에는 교구장으로 세우셨다며 임명권자(?)들을 향해 귀엽게 불평을 하십니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부족함 투성이인 당신에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튼튼한 다리가 있어 어디든 달려갈 있고, 도울 있는 손이 있다 하십니다. 그래서 머리와 입으로 하는 설교가 아닌 손과 발로 하는 설교를 하시겠다십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날 착좌식에서 낭독된 복음이 바로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작하시기 모든 이들 앞에서 당신 출사표 던지셨던,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라는 루카복음의 사명 선포 말씀이셨습니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언제나 가장 작은 이들, 부족한 이들을 택하시어 당신 손과 삼으시나 봅니다.

 

  공교롭게도 신임교구장 착좌식이 있기 바로 전날(2/22), 지역지인 나가사키신문에는 나가사키대교구 재판 패소소식이 실렸습니다. 작년 나가사키 대교구의 회계문제와 교구청 직장내 갑질 사건, 그리고 교구 사제의 일탈 행위에 대한 건의 재판 소송이 연일 교회와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회의 석상에서 교구장이 발언에 대해  2 피해가 가해졌다며 피해자가 교구장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다며 110만엔(1,140만원) 지불하라는 판결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신임 교구장님은 어려운 때에 교구장직을 맡게 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번째 많이 받은 인사가 ご愁傷様です, 누군가의 죽음이나 슬픔 중에 있는 사람에게 쓰는 말로 참으로 안되셨군요.’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라는 인사말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려운 시기,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되었기에 신자들과 벗들의 걱정하는 마음이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머리가 아닌 손으로 설교하시는 신임 교구장님이시기에 산적해 있는 앞에서도 걱정보다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착좌식 미사 시작 전에 감실 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에게 감사를 드리는 겸손한 모습과 신자들의 기도 마무리 하시며 특별히 두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위해 그분의 도움을 청하는 말과 행동이라면 미사 중에 낭독되었던 루카복음의 사명선포 거짓이 아니어 보입니다. 나카무라 신임 교구장님이 앞으로 손의 설교 계속해 나갈 있기를 기도를 더합니다. 그럴 있기를 예수회 후원회 분들께서도 일본교회와 주교님들을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시길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