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이웃살이 이전 감사미사와 음식나눔 본문
지난 11월 28일 일요일 김포 이웃살이에서 이웃살이 이전 감사미사를 드렸습니다.
11월 10일 김포시에서 새로이 마송의 옛 새샘터 자리에 이웃살이가 자리잡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미사를 드렸습니다.
28일 감사미사는 단지 전례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지역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이웃살이를 알리고 소개하는 의미와 더불어 이웃살이에 찾아온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날씨가 꽤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어 축하해주시고 음식을 함께 나눴습니다.
이웃살이 앞마당에 설치된 천막 속에서 통진본당, 하성본당, 청수본당, 모래네 본당, 김포본당, 양곡본당에서 오신 분들과 김포 필리핀 공동체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함께 미사를 올렸습니다.
대략 20명 내외의 필리핀 노동자들과 30여명의 한국인 신자들, 신부님들이 함께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사실 이런 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들이 함께하는 이같은 자리는, 이주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이물질처럼 막혀있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같은 아들, 딸이라는 공동체의식을 재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끝난 후 많은 필리핀 친구들이 한국인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무척 좋았다고 술회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친구들이 느끼는 감정의 이면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을 가르는 편협한 동아리 의식에 대한 서글픈 감정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멉니다. 하나의 천막교회 안에 머물고 있지만 좌우로 갈라진 한국인과 필리핀 친구들의 무의식적인 분리는 어찌보면 이웃살이가 왜 한국사회에 필요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미사 역시 필리핀 신부님과 한국 예수회원들이 함께 집전하셨습니다. 만디 신부님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의 신부님으로, 한달에 두번 필리핀 공동체를 위하여 저 멀리 인천에서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예수회원들은 저 멀리 서울과 수원, 인천에서 찾아주신, 이재욱 신부님, 조진배 신부님, 김연수 신부님, 그리고 김정대 신부님이십니다.
좌측에서부터 김연수 신부님(수련원 부수련장), 조진배 신부님(수련원 수련장), 만디 신부님(아우구스띠노회), 김정대 신부님(이웃살이 책임신부)이십니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이재욱 신부님(양성장)께서 저희에게 겸손의 표양을 보여주시느라 司祭服이 아닌 私製服으로 신자석에 앉아계셨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역만리 부산에서 공수해온 금정산성 막걸리와 김포성당 샛별 레지오 단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칼국수,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차원에서 마송 방앗간에서 정성으로 빗은 시루떡이 어우러진 큰 잔치였습니다.
막걸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귤도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통진본당 수녀님도 보입니다.
사실 칼국수를 준비하면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끈적끈적한 질감 혹은 쫀득쫀득한 질감을 외국인들이 영 시덥잖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포성당 샛별 레지오 단원이 심혈을 기울인 칼국수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무척 맛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 자리에는 필리핀 친구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웃살이 집안에서는 20명 안밖의 태국친구들이 열심히 칼국수와 막거리를 비워대고 있었습니다. 태국친구들은 굉장히 수줍음이 많아서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 있는 것을 꺼려하는 편입니다.
원래 50여명으로 예상했던 손님들이 거의 90명을 넘는 숫자가 되었습니다. 게중에는 인근 본당에서 찾아오신 귀한 손님들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는 저희들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이웃살이가 이주노동자들의 또다른 게토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로서는 이웃살이가 하나의 허브로써, 한국인들과 이주민들이 한데 어울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 마라지 않습니다.
아마 그것이 가장 성사적인 의미의 공동체의 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기도와 관심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분입니다. 계속 주시해주십시오. 이주민들이 이물질처럼 한국사회에 불편하게 박혀있는 존재가 더이상 되지 않을 때까지.
+AMDG
* 김민 수사님께서 작성한 행사리포트를 살짝 긁어 왔습니다. ^^
'세상에게 말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핸드드립 커피 즐기는 법 (0) | 2010.12.03 |
---|---|
돌아보기와 뛰어넘기 (2) | 2010.12.02 |
캄보디아 아이들 2 (0) | 2010.09.27 |
캄보디아 아이들 (0) | 2010.09.27 |
캄보디아 exposure (0) | 2010.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