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은 이유 본문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은 이유
3월 16일 오전 9시 기준 일본(크루즈 포함) 코로나19 전체 확진자는 1520명,
전날 대비 추가 확진자는 34명으로 나타났다.
전날 대비 사망자는 2명 증가해 누적 사망자는 31명이다.
같은 날 한국은 확진자 8236명, 사망자 75명에 비하면
일본의 경우가 확진자도 사망자도 현저하게 낮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의심자 전체 검사가 능사가 아니며
그래서 경미한 증상은 검사에서 제외하고
코로나19 증상이 확연히 드러날 경우만 검사를 실시해서 그렇단다.
일본 정부가 자복한 것 처럼 ‘경미한 증상’은 검사를 안해서 확진자가 적다고 치고
그럼에도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다면
우리의 상식대로라면 코로나19 ‘사망자’는 늘어나야(?) 정상적인 그래프일텐데
일본의 경우는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혹자는 ‘확진자’ 수가 처음부터 적으니
그 ‘확진자’들 안에서 ‘사망자’ 역시도 적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의견이다.
한편으로 정부의 유전자 검사의 높은 장벽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는 아니지만
다른 질병으로 ‘확진자’일 수도 있는 환자가 사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원인 없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일본 정부에서도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코로나19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까지의 낮은 사망률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첫째, 유전자(PCR) 검사를 통해 ‘확진자’ 진단 받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면
1) 37.5도 이상 발열 (단 4일 이상 지속 될 것),
2) 극심한 무기력감,
3) 호흡 곤란 등 일 때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세가 4일 이내일 경우에는 자가 격리를 하며 증상을 관찰해야 한다.
즉 이러한 증상이 당장 나타나도 본인이 유전자 (PCR) 검사를 받을 수 없을 뿐더러,
해당 절차도,
1) 센터에 전화 상담 후,
2) 개인적으로 ‘인플루엔자’와 ‘폐렴 증상’과 관련이 없다는 ‘음성 판정’을 받고,
3) 국가 지정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개인이 경미한 증상으로 유전자(PCR) 검사를 받기를 원해도
국가가 해당 증세가 4일간 지속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해 주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의사가 ‘확진’을 내릴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전체 ‘검사자’가 적으니 당연히 ‘확진자’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조건 하에서3월 16일 106명을 검진했을 때
그 중 67명, 60% 이상의 확진률을 감안한다면
일본에서 경미한 증상의 환자들까지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된다면
더 많은 확진자들이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비롯해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국민들의 유전자 검사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 일본 사회는 일찍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었다.
1) 일본 사회가 첫째로 꼽는 사회적 황금률은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기’이다.
어린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 할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규칙이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이다.
좋게 말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일 수 있겠으나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바로는
‘나도 너를 상관하지 않을테니 너도 나를 상관하지 말라’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사회관이다.
2)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는 ‘혼밥 혼술’이 일찍부터 자리잡았다.
레스토랑과 커피숍은 누구든 혼자서 밥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셋팅되어 있다.
옆 사람과는 대화는 물론이고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일본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히려 그 장면들 앞에서 어색해 하는 내 모습이 더 이상할 뿐이다.
3) 또한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함께 살지 않는다.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의 세계 제일의 초고령화 사회로
자식들은 도시로 취업을 나갔거나 혹은 결혼 후 그들만의 가정을 꾸리며 산다.
부모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으니 혹여 젊은이들의 경미한 바이러스 감염이
부모 세대가 자식들을 찾지 않거나 어르신들 스스로 외출을 자제한다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기저 질환이 있다 해도
감염될 리가 없고 그래서 생명을 위협당할 리도 없다.
일본인들은 진작부터 스스로를 ‘자각 격리’하는 삶을 살고 있다.
4) 게다가 일본은 일찍부터 ‘마스크 사회’였다.
처음 일본에 와서 놀랐던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거리를 걸을 때는 물론이고 전철에서, 버스에서, 학교 수업 시간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심지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도 마스크를 쓴 채로 미사 참례를 한다.
교수님과 신부님 그 누구도 그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지 않는다.
모자와 안경과 마스크로 온 몸을 감싸야 하는 봄철의 ‘꽃가루 알레르기’가 원인일까
아니면 자신을 감추고 눈만 빠꼼히 내민채 다른 이들을 관찰하고픈 마음일까
또 그것도 아니면 ‘패션’의 한 종류일까…
아무튼 일본 사람들은 마스크 생활이 일상이다.
5) 엇그제 동경 ‘우에노 공원에 사람이 없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인 즉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정부가 공공장소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출입 자제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 출입 자제’란 똑 같은 뉴스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들려 왔다.
그런데 일본과 그 두 나라 국민들의 정부 지침에 대한 반응은 정 반대인듯 하다.
그 두 나라는 가족들이 모두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소풍을 나서는 풍경이다.
물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밝은 모습으로 긴박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아무리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도
스페인과 프랑스 국민들은 코로나19를 두려워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동경의 벗꽃이 피어나는 3월,
우에노 공원에서 움짝달짝 못하면서 사람들에 등 떠밀리며 벗꽃 나들이 기억과
지금은 우에노 미술관과 동물원까지도 문을 닫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소식에
일본 사람들의 정부 시책에 철저히 따르는 높은 시민의식도
일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력을 떨치지 못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겠다.
6) 동경 한복판 신주쿠에 있는 여의도 유명한 개신교 지교회가 철수한다고 한다.
몇 년째 일본에서 사목을 했지만 신자가 좀처럼 늘지 않고, 늘어날 가능성도 없으며
그래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모교회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일본은 한국의 열심한 개신교라도 교세를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사와 절은 마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유일신을 신앙하는 혹은 깨달음을 통해 해탈을 하기 위한 곳이 아닌
일상 생활 안에서 온갖 복을 기원하는 ‘만복기원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게다가 결혼식과 장례식 그리고 시치고산(7·5·3)과 히나마츠리(3월3일), 성인식 등
각종 절기에 맞추어 예식을 진행하는 예식장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신천지’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이단도 없을 뿐더러
일부 몇 곳을 제외하고는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 교회도 신자들이 많지 않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질 환경도 조성(?)될 수가 없다.
셋째, 일본의 높은 의료 기술과 시스템이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이기에 쉽게 신뢰를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일본이 일류 선진국임을 부인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일찍부터 높은 의료 기술과 선진 시스템을 세계에 자랑해 왔다.
1865년 명치유신 이후로 국민들에 대한 무상 교육과 의료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선진 시스템을 자랑하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아직 뚜렷한 차가 있다.
그러니 코로스19의 확진자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누구든지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기 때문에 사망자가 적은 것이다.
아베 정부가 여론을 통제하든, 왜곡하든, 유전자 검사를 하든, 하지 않던 상관없이
어차피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 밖에 투표할 당이 없고
그러니 ‘사망자’만 적으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일본 정부의 또 다른 전략인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배짱도 높은 의료 기술과 시스템이 가능한 국가이니 그래 보이기도 하고…
최근 WP, NYT, BBC, CNN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 매체들이 한국의 코로나19에 대응법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들의 논조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본 받으라는 것’이다.
글로벌 매체들은 한국 정부의 정보 공개의 투명성, 선진 의료 시스템, 높은 시민의식 등 등 민주적인 국가가 어떻게 세계 팬더믹 유행병에 대응하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았던 국가들과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한국을 적합 모델로 소개하기까지 한다.
대한민국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이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지금의 한국은 세계에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매체들은 한국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또 그것에 응원을 보내며 세계 곳곳에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래서 어떤 대응 방식이 더 나은 것인지도 여전히 물음표이다. 그렇지만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처음부터 그 상황을 직접 온 몸으로 겪어 온 사람들은, 그럼에도 자유롭고 지혜롭게 문제에 맞서 싸워 온 어느 한 나라를 주시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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