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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랑하련다 본문

매일의 양식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랑하련다

해피제제 2012. 1. 19. 06:49
1독서

"다윗에게는 수만 명을 돌리고 나에게는 수천 명을 돌리니,
이제 왕권 말고는 더 돌아갈 것이 없겠구나"
그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게 되었다.


복음말씀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단상

일본으로 신학을 떠난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벗들이 만나기를 청한다.
식사를 하자는 이, 차 한 잔 마시자는 이, 줄게 있다는 이, 인연 끊겠다며 협박을 해 오는 이,
동기수사님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전 여행이라도 가자는 등
모두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그이들 각자의 인연에 최선을 다함이리라.

문득 interrupted life, '방해받는 삶' 이라는 어느 신부님의 강론에 생각이 닿는다.
그분의 시선에서는 성경 곳곳의 예수님은 언제나 방해를 받는 삶을 살고 계신다.
외딴 곳으로 물러나 기도를 하러 나설 때 조차도 제자들은 그분을 찾아 헤매고,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라치면 언제나 의도를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그분의 말씀 선포에 단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자신이 계획하고 행하려는 것들에 늘 이렇게 방해를 받는 삶이지만
강론 중에도 지붕을 뚫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중풍병자를 그 벗들의 진심을 알고 물리치지 못하시고,
사방 이곳저곳에서 당신을 한 번이라도 만지면 낫겠다는 그 염원들에 자신을 내주시고 만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눈 앞에 보이는 가엾은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저 사랑이라는 것이 마음 뿐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발품을 팔아서, 쉼도 잊고 
심지어 한적한 곳에 나 앉아 아버지 앞에 머물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배를 곯아 가면서
당신이 늘 선포하고 다니시는 아버지 사랑을 위해 자신의 것을 온전히 내놓고 '희생'하신다.

어제 고맙게도 18일차 '매일미사' 책의 '오늘의 묵상'에서는 소중한 것을 선물로 받아 들게 되니
'참된 선택의 기준은 사랑에 있고 그 사랑은 희생입니다.' 라는 말씀이다.
이전 묵상 글을 쓰셨던 전원 신부님이나 금년에 새로 이 코너를 맡으시는 전승규 신부님은
1년 365일 매일같이 묵상 글을 쓰시며 당신의 삶과 앎과 깨달음을 그 벗들과 나누고 계신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신부님들이 아닐 수 없다.

그분들 흉내라도 낼려다보니 가랑이가 찢어지는 체험을 진하게 하고 있으니
누가 하라고 명한 것도 아니지만 이 블로그질 덕분에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울 틈도 없고,
심지어 하루라도 사정이 생길라치면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 여기에 매달리고 사니
때로는 이짓 왜 하는가 싶다가도 또 수도생활 하면서 '단 1년 만이라도'라는 염원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년이 넘고 예까지 왔으니 '역시 독하다'는 말도 듣고, 응원해 주는 벗들도 많이 생겼고,
수도회 내에서도 존경(?)스러운 눈길로 바라봐 주시는 후배 수사님들도 계시고,
게다가 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찐한 약함과 갈망들 매일같이 만끽하면서
더 하느님 사랑과 신뢰를 두고 살게 되었으니, 했던 '희생'에 비해 받은 선물이 과하고도 넘친다.

지금은 이 아침 이렇게 나 앉아 있지 않으면 하루가 횡설수설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무언가 찝찝한 것이 매일 먹는 밥을 궐한 것 같은 배고픔에,
아니 매순간 숨 쉬는 공기를 들이키지 않는 것처럼 온전치 않아 보이고
어느덧 내 삶의 기준이 고요한 이 아침을 아버지께 삶을 봉헌하는 것으로,
내 소중한 벗들을 위해 그이들의 염원들을 청하면서
그리고 말씀속 예수님을 마주하고 그분께 말을 걸며 들려주시는 것들에 귀 기울이면서
방해받지 않을 시간에 온전히 이 침묵을 더 사랑하게 된다.

벗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면서
일본에서 '밥 좀 주세요, 화장실은 어디에요' 라고 최소한 생존할 수 있는 말은 배워가야 하지 않겠냐며
이 불쌍한 말들에 그럼에도 그 청들을 다 물려주시니
요즘은 학원에도 나가서 '아이우에오'도 하고 이렇게 이 아침 하느님 앞에 앉아 있기도 한다.
마음씨 넓은 벗들에게 늘 신세만 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내 하느님은 그이들의 관대함을 기억해 주시리라.
자기 살겠다고 매정하게 굴어도 넓은 아량으로 서운함도 잊고 탓해주지도 않으시니
끝까지 '참된 기준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희생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박히게도 하고 있으니
요즘 밀고 당기는 벗들의 초대와 정중한 거절 사이에 또 보여 주시는 것들이 이렇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을 내 주는 희생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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