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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사랑과 신뢰 vs 불안감 본문

매일의 양식

사랑과 신뢰 vs 불안감

해피제제 2012. 1. 20. 06:50
1독서

네가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을 해 준 것을
주님께서 너에게 후하게 갚아 주시기를 바란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갔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단상

젊은 청년들이 갈팡질팡 하게 되는 것은 깊은 '불안감'이 원인일 때가 많다.
획일된 사회에서 누구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 같은 때에
의도치 않게 멈춰 서 있다는 것은 불안감을 낳는 원인이다.
그래서 이 막연한 불안감에 짓눌려 연예도, 꿈도, 젊은 청년이 타고 넘어야 할 온갖 모험에
이 모든 것을 유보한 채 이제는 평범한 것이 되어 버린 너도 나도 쌓고 있는 각종 스펙에 여념이 없다.
그런 구조를 만든 사회를 바꾸기 보다는 그렇게 내모는 사회 전체에 작은 부속품처럼
읽어야 할 책, 가봐야 할 곳, 나누어야 할 사랑, 힘겨운 고통, 다시 일어섬을 겪어보지 못하고
보다 공고하게 짜여진 사회 구조라는 틀에 갈팡질팡 꿈도, 사랑도 몽땅 잡아 먹힌다.

수도회도 세상 밖 구조의 축소판 같은 모양인지라 그 사정은 비슷비슷하다.
사회사도직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임에서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젊은 회원들의 안정적인 사도직으로의 쏠림 현상이다.
서강대 교육사도직이나 피정지도와 같은 영성사도직으로의 젊은 회원들의 쏠림과 달리
이주민, 농촌, 노동자, 청소년, 생명과 평화 등 몸으로 때워야(?) 하는 곳은
여기저기 젊은 회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은회원들에게 제대로 길 안내를 해 주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포함한 사회사도직 기존 회원들의 무성의함도 한 몫하고 있다.

이러한 차에 미래에 무슨 사도직을 해가며 기쁘게 수도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한 가지 알아듣는 것이 있으니 나의 온갖 감사한 선물들은 가난한 이들, 내 곁의 벗들,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상황 속에서 길러진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막연함 가운데에서도 내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가난함이 있는 곳',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바로 그 말구유 같은 곳 말이다.

한결같이 파고들고 있는 영성사도직을 위한 준비는 저절로 몸도 마음도 쏠리고 있으니
누가 하지 말라 해도 시간을 내서라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나 온갖 갈등과 어려움과 고군분투 해 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 본성과 저주스런(?) 내 몸을 거슬러 행하는 '가난한 사람들'과의 삶은 
나를 수도자로 또 끊임없이 하느님께 매달리게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두 손을 들어 항복하고 하느님께 기대야만 할 것이고,
눈물겨운 현실들에 당신의 관대함과 자비를 끊임없이 입술에 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고군분투 가운데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하나 둘 쌓여진다면 
무엇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내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런 아등바등 살아내는 내 모습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운차게 하느님께 향하는 내 발걸음에
함께 해 줄 친구들도 생길 것이고 
'같이 가보지 않겠냐'며 청춘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으리라.

지금의 내 작은 소망이라는 것은
내 이웃들의 가난함 속에서 하느님께 기대어 사는 것

각양각색의 복색에, 문화도 달라, 생김새는 또 어떤지....
상상만 해 봐도 그 무리들 가운데 열 둘을 뽐아 세우니 참으로 보기에 가관인 그룹이다.
그럼에도 그이들에게서 기운차게 풍겨 나오는 것들은 눈 앞에 있는 이에 대한 사랑과 신뢰!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기대할 것 조차도 없어 보이는 이 고요한 사람 앞에서
이미 세상을 향한 불안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아침 코 끝이 찡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