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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내 마음의 천사들 본문

매일의 양식

내 마음의 천사들

해피제제 2011. 9. 26. 06:57
1독서

만군의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많아 저마다 손에 지팡이를 든 남녀 노인들이
다시 예루살렘 광장마다 앉아 쉬리라.
도성의 광장마다 뛰노는 소년 소녀들로 가득 차리라.


복음말씀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단상

주빈이와 주영이는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남매다.
주빈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인데 지렁이를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동물을 사랑한다.
자라서 수의사가 되고 싶단다.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기회만 보던 주영이는 자신은 목수가 될 거란다.
신부님 중에 시골에 전통 한옥집을 지으신 분이 있다고 했더니 눈이 반짝인다.
그러면서 건축을 공부할 거라며 살갑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한다.

이 둘을 데리고 이웃살이 가을배추를 옮겨 심는 작업을 했다. 아니 이 둘에게 부탁을 했다.
배추 흰나비와 여치 등 풀 벌레들이 이제 새순이 나오기 시작한 손바닥 만한 배추들을 갉아 먹었기에
화분에 심어 둔 배추들을 다시 텃밭으로 옮겨 심는 작업이다.

둘에게 밀집 모자를 씌어 주고 장갑과 장화를 신겨서 손에는 꽃삽과 물 뿌리개를 들려 준다.
주일 이웃살이가 가장 바쁜 날로 옮기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생전 처음 해 보는 밭일에
어린 아이 둘 만 나란히 내보내고 간단히 작업 지시만 해둔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퇴근 무렵 텃밭에 물을 주러 가면서 그 아이들의 흔적 가득히 남은 그곳이 왠지 달라 보인다.  
곳곳 부산스럽게 펼쳐진 아이들 발자국 소리며
이곳저곳 정돈 되지 않은 장갑과 신발에 웃음이 난다.

손잡이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는 물 뿌리개는 아이들의 낑낑 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올 해 억수같은 비로 텃밭에 진흙이 흘러 들어 땅이 많이 상했는데
그것도 모른채 무거워진 장화를 끌며 여린 배추들을 옮겨 심느라 애를 많이 먹었을 테다.
또 그런 모습이 그려져 빙그레 웃음이 돈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함께 있는 모습에
이웃살이를 찾은 태국 노동자들이 '롱 사우'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알고보니 '작은 스님의 아들, 딸' 이라는 물음이다. 몇몇이 그렇게 놀려 댄다.
'허걱!' 그러고 보니 첫 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요만한 아들, 딸이 있겠다.
또 그런 말을 장난스레 했더니 봉사자들이 한 바탕 웃음을 쏟아 낸다. 
이래저래 웃음이 많은 하루다. 

성전에서 맑은 땀을 흘리며 뛰 놀고 있는 주영이와 주빈이가 기도에 찾아 든다.
헤어지면서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무언가 뭉클함이 올라오는 것이
오래 도록 여운이 남는다.


주님, 아직 잠결에 있을 당신의 어린 천사들을 품에 꼭 안아 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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