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늙은 예수회원들의 기도 본문
1독서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복음말씀
“건강해지고 싶으냐?”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단상
평창동에 있는 이냐시오 공동체는 예수회에서 양로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집 뒤로 산이 자리잡고 있어서 서울의 여느 곳보다도 한적하고 공기가 좋은 편이라
연세가 들고 몸이 쇠약하신 어른 신부님들이 한 분 두 분 생기면서
기존의 사도직공동체를 양로원으로 바꾸었다.
.
그렇지만 이런 편안한 면이 있음에도
오늘 나와 같이 다른 공동체 회원들이 평창동을 찾기에는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마치 등산(?)하듯 공동체를 방문할 때면
요즘과 같은 날씨는 괜찮겠지만
한 여름이 된다면 땀을 왕창 흘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매일같이 걸어서 공동체를 올라가는 공동체 회원들에게는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 말은 다른 공동체 회원들이 양로공동체를 방문하기에는
큰마음을 먹지 않는 한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
조용하고 살기가 좋은 환경인 반면에 접근성이 떨어져
쉽게 어른 신부님들을 찾아 뵐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짧은 생각이지만 서강대 바로 옆 아루페 공동체 같은 곳에 양로원을 지었다면,
안 그래도 외로운(?) 수도 생활에
관구본부와 예수회센터를 오고가는 많은 형제들
그리고 연세 많으신 신부님들을 기억하는 벗들이
좀 더 쉽게 그분들을 찾게 되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예수회원들이 평생 이런저런 사도직을 하며 왁자지껄 세상 한 가운데서 살다가
늘그막에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혹은 외로워 보이는(물론 내 개인적 생각이다) 모습이
조금은 그래 보인다.
칩거형인 내 성격 같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평창동 같은 곳이 딱 제격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분명 다른 말년을 보내고 싶은 형제들도 있을 테다.
.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든, 왕래가 편한 곳이든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일본 떠나는 길에 양로공동체를 찾아
어른 신부님들로부터 일일이 강복 왕창 청해 받고서는
95세 되신 할아버지 신부님 한 분과 서강대로 향하는 차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운전을 못하시는 당신 혼자서는 밖에 나들이도 쉽지 않다는 말씀에
어떤 짙은 외로움 같은 것이 깃들어 있어 젊은 나는 더 미안함이 올라온다.
그런 터에 이 할아버지 신부님 같은 경우는
서강공동체에서 40년 가까운 세월 살아 오셨고
또 양로공동체로 이동하라는 관구장 신부님의 명령에도
옮기고 싶지 않은 것을 거스르고 거슬러 어쩔 수 없이 장상에게 순명하면서
양로공동체로 옮기셨다는 후일담이 회자되는 만큼,
지금까지도 약간의 서운함
그리고 그 당시 옮기라 명령 받으셨을 때는 어떤 마음이셨는지를
‘뒷방 늙은이’ 같은 당신의 처지를
한참이나 어린 후배에게 조심스레 하소연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늙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당신의 벗들을 찾아다니신다.
그러면서도 ‘여기가 공기도 좋고 살기가 편해’ 라는 그 말씀이
또 그렇게 안쓰러움으로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부자연스러운 몸을 일으키시어 당신들 손을 떠나는 이의 머리에 얹어 강복을 해 주시면서
신학원 공동체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나누었던 정 신부님은 ‘예수님을 닮도록’ 빌어 주시고,
또 신 신부님은 ‘기쁘게 살기를’ 당부하신다.
그리고 같이 차를 기다렸던 분은 95세 건강하신 당신의 비결 그대로
‘공부도 좋고 미션도 좋지만 “건강” 잃지 않도록’ 또 하느님의 축복을 얹어 주신다.
.
주님, 평창동 어른 신부님들을 위해 당신의 자비로움과 평화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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