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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의로운 사람도 두렵긴 하다 본문

매일의 양식

의로운 사람도 두렵긴 하다

해피제제 2012. 3. 19. 08:15

1독서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2독서 

그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복음말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단상 

김포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도직을 마치고
오랜만에 다시금
이웃살이전 사도직장을 찾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쉬는 터에 여전히 와글와글 분주한 사무실 안이다.
신부님과 수사님 그리고 소장님도 그 복작복작한 가운데 여전히 서 계시고,
태국어 통역 봉사자도 열심히 상담을 했는지 얼굴에 열꽃이 핀 게 한바탕 소란함이 넘쳐 난다.
.
아니다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소장님은 서류더미
(?)를 코앞에 들이민다.
2010
년 운영보고서를 수정해 달라신다.
곧 관()과 함께할 일이 계획되어 있는데
그때 필요한 서류라며 혼자하려니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란다
.
새로운 수사님들이야 아직 적응기이고,
그 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나와 소장님인지라
옳커니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소장님이 나를 가장 반긴 이유(?)다.
.
이왕 이웃살이까지 온 김에 대충 하는 척 하며 일도 해 주고,
낯익은 이주노동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또 일요일 식사 봉사 재속회 자매님들과는
아직도 안 가셨어요?”라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인사말
(?)로 닭볶음과 함께 맛있게 얻어먹고,
그러다가 저녁에는 김포성당 청년레지오 단원들과도 자리를 함께 하고
이별 인사를 짠하게 하게 된다
.
이주사도직을 하면서 정말이지 많이도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정이 들었나 보다.
.
이렇게 왕창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김포에서 서울로 들어오면서 
김포공항에서 이제 막 이륙하는 비행기의 빨간 불빛과 눈이 마주 친다
.
동시에 괜한 싱숭생숭한 기분이 찾아 드는 것이,
게다가 온 몸에 잔 떨림으로 가슴이 뛰는 게,
, 이제 가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아주 잠깐 온통 낯선 감정이 온 몸을 스치듯 지나간다
.
그러면서 얼레, 이 감정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도 뒤를 따른다.
.
만나는 사람들마다 떠날 준비는 잘 되고 있냐며 요즘의 인사말이다.
그러면서 떠나는 마음은 또 어떠냐며 짓궂게도 물어 오신다.
뭐 그럴 때마다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투다.
.
진짜로 그이들에게 들려주는 말들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여기에서 밥 먹고, 자고, 사도직하며 수도생활 했듯이
일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
그래서인지 자리만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겨지는 것일 뿐
그닥 크게 다가오는 게 아직은 없습니다
.’ 한다.
실제로 닥치면 어떨지 모를 터에
요즘 심기를 물어 오는 질문들에는 이와 비슷한 답변이 대부분이다
.
아직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
그런데 창밖 풍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의 불빛을 보게 되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두근두근 잔 떨림과 함께 찾아온 어떤 감정이
괜히 낯설기도 하면서 이아침 기도에까지 따라든다
.
그러면서 준비해 간 오늘의 기도주제는 한 쪽에 밀쳐두고
한 참이나 그 낯선 감정에 머물러 본다
.
.
아마도 아주 찰나에 불과하지만
어떤
두려움비슷한 게 밀려 왔던 듯싶다.
그동안 떠난다는 것에 그리 깊게 생각이 닿아 있지 않다가,
하루 종일 이웃살이 인연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서
늦은 밤 시내로 들어오는 텅 빈 버스 안에서
어떤 외로움 진한 것이 내 깊은 곳을 건드렸다 싶다
.
그러면서 하늘 위 빨간 비행기의 흔적에 화들짝,
이 정들었던 곳, 눈만 돌려도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한 곳을 떠난다는 심정에
순식간에
두려움’, ‘불안감이 고개를 들이밀면서
그동안 떠날 준비로 바쁘게 쏘다니면서 미처 돌보지 못한 이 감정들을
조심스레 살피게 한다
.
.
호기롭게 혹은 아예 알지 못했던 감정이기에
나 보다 더 염려하는 수도 형제
, 동기들, 친구 그리고 가족의 걱정스런 목소리에도
뭐 별거 있겠어요? 그냥 지금처럼 적응해서 살면 되지요했다가,
이제야 불쑥 지 존재를 과시하니
제 주인
(?) 생각은 눈꼽만치도 않는 녀석이 얄밉기도 하고
그래서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을 하다가도
,
그래도 이아침 지금이라도 나도 좀 봐 주세요앓는 소리를 내어 주니
괜히 안심이 되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또 이 낯선 감정에 괜히 새가슴이 되어 버린 내 꼴도 우습다 하며 피식 미소도 지어본다
.
.
다행이다, 너 불안감과 두려움
앞으로 자주 떠올리게 될 테니 니 주인과 깊게 한번 사귀어 보자.
이렇게 조금씩 너랑 친해지다 보면
나중에는 너란 녀석도
감사와 기쁨 될테지...
아직은 너란 녀석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알아 보자
.
우리 그래 보자.
.
.
주님, 제가 불안감, 두려움이 녀석들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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