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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숙제를 받아 들다 본문

매일의 양식

숙제를 받아 들다

해피제제 2012. 3. 18. 09:59

1독서 

나는 너희 가운데 그분 백성에 속한 이들에게는 누구나
주 그들의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를 빈다
.


2독서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복음말씀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단상 

얼마 전 공동체 이동이 있었고
알로이시오 신학원에서도 한 분 신부님이 다른 공동체로 떠나게 되셨다
.
그래서 공동체 식구들이 그분의 다른 곳에서의 삶을 축하 해주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분이 신학원에서 연학 수사님들과 함께 지내왔던 2년 반 동안의 사진자료들을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형제들과 함께 감상하면서 웃음과 비명이 교차하는 것이
참으로 많은 추억들을 서로가 공유하고 있었다
.
대체로 걱정이 없고 만사가(?) 유쾌하신 신부님의 성격인지라
사진 속 표정들이 개구쟁이 같은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
많은 사진들에 격이 없이 형제들 어깨에 올려 진 손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수사님들이 그분을 좋아했는지
또 그 신부님 역시 수사님들을 위하는지 알 수 가 있었다
.
그러면서 형제들이 떠나가는 분을 위해 한 마디씩 덕담을 할 때면
먼저
호형호제 하자며 신부님이 형제들에게 몸을 낮추어 오시니
나이 어린 후배 수사님들은 마치 친 형님처럼 그게 그렇게
마음 편하고 좋았다란다.
.
말이 나온 김에,
내가 신학원에 있을 때와 다르게 눈에 확 띄게 달라진 환송 문화가 있으니
떠나가는 이를 위해
한 마디씩 말을 보태는 것이다.
뭐 나 때에도 떠나가는 이를 위한 덕담은 있었지만
이것은 좀 더 진보한
(?) 형태의 모습이다.
.
우선 무대 앞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 둔다.
그리고 주인공인 떠나가는 이가 자리에 앉아 있고
관람객들은 그 무대를 향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
그러면서 한 명 한 명 공동체 형제들이 차례로 무대로 올라가서
남은 한 개의 의자에 앉아
무대 위공간의 두 분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게된다.
.
처음은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워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한 잔씩 마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불문 화해주성격이 짙다).
그리고 형제는 술김(?)에 떠나가는 형제를 향해 좋았던 일, 감사한 일,
미안했던 것, 서운했던 것 등 등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이야기를 그 무대 위에서,
그리고 모든 형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쏟아 낸다.
그러면 떠나가는 이는 상대방 형제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다가
다시금 그 형제의 말을 받아
, 오해였다고 해명을 하기도 하고, 또 감사하고 고마웠다며
그 형제의 기억 속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고 용기 있게 받아들인다
.
이렇게 바탕 주고받음이 끝나면
서로가 손을 굳게 잡거나 혹은 찐한 포옹으로 무대를 내려온다
.
그리고 다음 번 형제가 다시금 무대 위 상대역으로 바뀐다.
.
재미난 것은, 이 과정을 지켜보는 형제들은
속내를 털어 놓는 그 형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치 판소리의 명창이 '소리'를 하고 관람객들이
추임새'를 넣는 것처럼 
서로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환호성에는 니가 내 말을 대신해 주는 구나혹은
니가 미쳤구나. 술김에 아주 막 나가네 그려
마치 조선시대 권력구조와 양반들을 비판하던
해학과 풍자가 담겨 있는
마당극을 관람하는 모습이다),
그 형제의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거나
또는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한
진지함이 넘치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형제애를 나누는 모습이다.
.
심지어 신학원 원장 신부님까지 그 무대에 등장하여 같은 과정을 진솔하게 이어가시니,
동시에 말하는 이는 마음을 열고 또 떠나가는 이는 그 마음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모습이 짠하다
.
그러면서 모든 이들 앞에서 그리고 모든 형제들이 함께
솔직하고 투명하게 온 과정을 공유하면서
보다 더 알로이시오 신학원 공동체가 끈끈하게 묶이는 것 같아
또 그런 모습들이 감탄스럽다
.
.
그러면서 내가 저 의자에 앉게 되면 무슨 말들을 듣게 될까 생각해 본다.
지금 신학원에 살고 있는 수사님들과는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서
서로에 대한 기억이란 것이
지난 
126일 김포 바우네 공동체에서 신학원으로 이사해 와서
이제 다음주면
일본으로 떠나게 되니 2달을 꽉 채우지 못한 채
그저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리라
.
.
그러면서 지난 3월 초 맞은 생일과 축일을 통해
신학원 신부
수사님들이 롤페이퍼에 한 마디씩 전해 준 것이 있으니
대부분
일본에서의 열공과 몸 건강 그리고 많은 기분 좋게 해주는 희망의 말들이다.
아직은 함께 산 기억이 없어서 수사님들과 2년 반을 살고 떠나는 신부님처럼
오해와 서운함의 목소리를 찾아 볼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랄까!
그분들에게 나는 외국으로 신학을 떠나기 전 잠깐신학원에 머무르는 손님같은 느낌인 듯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빨간 신호등이 웽 웽대는 것이
일본에서도
이런 느낌이면 큰 코 다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
외국인으로서 현지 주류 예수회원이 아닌,
그래서 마치 이방인처럼 겉도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공동체 생활함에 있어서도 진심으로 내 자신이 그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모든 것을 능동적으로 함께 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신학원에서 느끼는 것처럼 마치
손님처럼 지낼 수 있겠다는 그런 '위기감'이다.
.
될 수 있으면 공동체와 함께 하고 수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설거지도 열씨미 한다 ^^)
학원과 신학 떠날 준비로 어쩔 수 없는 일정에 
원장신부님과 공동체 형제들의 배려를 받으면서도
한 번씩 이런 붕 떠 있는 기분은 이 '위기감' 무엇인지 돌아 보게 한다.
.
이와 같은 의미에서 
나는 언젠가는 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
이 일본 신학원 공동체를 떠난다는 생각에
곧 떠날 손님으로 스스로 마음먹고 있다면
이아침의
위기감이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순간 다시금 왜 일본으로 가는가마음을 다잡게 한다.
앞으로 또 어떻게 일본에서 생활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
이제 갓 느낀 그 '위기감'이 무엇인지 돌아 보게 되었으니
좀더 진지하게 이게 뭔지 머물러 보아야 할 일이다.
좋은 숙제꺼리 하나 받아 들었다.

.
주님, 당신의 자비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