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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매일같이 흔들리며... 본문

매일의 양식

매일같이 흔들리며...

해피제제 2011. 8. 31. 07:17
1독서

우리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할 때면
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복음말씀

해 질 무렵에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있는 대로 모두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합니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입니다."


단상

며칠전 신학지 청원서와 내신서를 양성장 신부님 앞으로 보냈다.
청원서를 작성하면서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몇가지 질문에 응답하게 되는데

자신이 생가하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에 해당하는 '인격과 인격성',
나의 영신사정은 이렇다의 '영성생활'에 관하여,
미래의 '사제직'에 나는 합당하게 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
'청빈, 정결, 순명'을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응답,
결혼 성소를 사는 이들이 가정생활이 있듯 '공동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자기 자신의 '미래 사도직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따른  
신학지를 선정하여 3곳을 청원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모든 답들에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에
솔직하고 투명하게 자기자신을 장상과 하느님께 드러내 보인다.
나를 더 나답게,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나를 당신의 도구로 더 잘 써주기를 청하면서....

그러면서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삼덕에 대한 서원을 성찰하면서 재미난(?) 생각을 해봤다.
어느 후배 수사님이 "수사님 복음삼덕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나요?
수사님은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데 그 방법 좀 알려 주세요." 한다.

나는 그이의 질문에 "수사님, 나도 청빈, 정결, 순명에 대해서 매일같이 흔들리고 있어요." 라고 답한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후배 수사님이다.

사실이 그렇다.
나는 복음삼덕의 서원을 살피면서 매일같이 걸려 넘어지고 있다.
'청빈'에 대해서, 어제는 앞에 가는 '아우디' 외제차를 보고
'아, 저 차 한 번 몰아 봤으면 좋겠다'며 열심히 상상의 나래를 펴보았다.
'정결'에 대해서, 느닷없이 통화를 하게 된 예전 기도모임 후배와 대화를 하면서
'아, 내가 첫사랑에만 실패를 안했어도..'하면서 하루종일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순명'에 대해서, 필리핀 공동체와 그 회장에 대해 난상토론을 하게 되면서
괜히 열이 뻗쳐서 다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완전 폭력적인 모습에 얼른 목소리를 낮추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매일매일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고,
다시금 내가 서 있는 '약속의 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그렇게 복음삼덕을 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복음말씀처럼 예수님이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얹어 주시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짠해지고,
당신을 사방으로 찾아 다니는, 그래서 '저희를 떠나지 말아주세요'라는 간절한 청을 알아 듣겠고,
그래서 당신 '약속의 자리',
당신을 '파견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묵묵히 떠나시는 그 발걸음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수도생활이란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이들이 없지만, 그이들의 간절한 바램도 들어 알고 있지만
그 연민과 바램들을 잊지 않으면서도 '약속의 자리'에 서 계시는 그분의 모습을
내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다. 예수님을 닮아 살아가기를 청원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흔들리면서도 매일같이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청하면서...

주님, 저희에게 당신의 자비를 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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