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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생명의 의사, 영혼의 의사 본문

매일의 양식

생명의 의사, 영혼의 의사

해피제제 2011. 9. 1. 07:34
1독서

여러분이 모든 영적 지혜와 깨달음 덕분에 하느님의 뜻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해져,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감으로써 모든 면에서 그분 마음에 들고
온갖 선행으로 열매를 맺으며 하느님을 아는 지식으로 자라기를 빕니다.


복음말씀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단상

고인이 되신 진성만 신부님은 모든 예수회원들에게서 존경을 받으셨던 분이시다.
당신께서는 서강대 설립을 동료 예수회원들과 함께 시작하셨고
그 후에도 장상의 명령에 순명하면서 평생을 드러나지 않은 모습으로 겸손하게 살아가셨다.
그런 분을 수련원에서 만나 2년간 함께 살면서
그 겸손함과 순명의 정신을 몸소 보았던 것은 나에게도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수련 수사님들이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입회식이 있던 날의 일이다. 
한 형제의 가족은 부모님과 누님 그리고 이제 막 수도원에 입회하는 동생이 전부다.
그런데 그 형제의 누님은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진 신부님은 그분들과 대화 중에 외아들을 떠나보내려는 마음이 복잡한 부모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의 말씀을 하셨다.
'누님은 사람의 생명을 치료해 주는 의사요,
동생은 그들의 영혼을 치유해 주는 사제가 되려하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치유하는 사람들이란 하느님의 축복이 더해진 선물들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책임과 몸가짐과 현명함이 깃들여 져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혹하다.
비록 민법, 형법상으로 죄의 댓가를 치루더라도 상처를 준 이와 상처를 받은 이들은
평생 그 떠들썩한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사태의 해결과정을 지켜보면서
피해자의 분함과 서러움 그리고 가해자 측의 일련의 행태로 인해 추가적인 심적인 고통 등
무엇이 가해자들을 그렇게 당당하게 만드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가해자 측은 무엇을 더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
피해 여학생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지고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의사로서의 자격 없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결과로 인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어떤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는지,
그래서 자기 자신 또한 평생의 꿈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사회가 높은 존경을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의료 기술이 뛰어남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사람과 생명을 대하는 그이들의 숭고한 정신 때문이다.
마치 사제가 거룩하게 하느님을 모시듯 의사가 생명을 대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가해자들과 그이들을 놓아주지 못하는 부모들은 이제 그만 억지스런 당당함을 벗어야 한다.
피해자의 아픔을 가슴 깊이 공감한다면 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그 자녀들을 나무랐을 것이다.
지금처럼 자식들을 감싸느라 주위의 시선은 물론이고 자기들 내면의 목소리도 외면한다면
그이들의 자식들은 갈수록 삐뚤어진 양심을 가지고 해괴한 당당함으로 더 큰 화를 키울 것이다.
결국엔 가해자들은 엉뚱한 억울함과 분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자기 꿈에 대한 순수함을 잃어 갈 것이다.
이는 단호하게 나무라지 않는 부모들의 요상한 '사랑' 이라는 이름이 더 억지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피해자에게 마음으로 사죄하고, 그 일련의 행동에 깊이 반성하여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때 사람들의 시선은 서서히 처음과 다르게 바뀔 것이다.
비록 그이들의 죄는 부끄럽고 파렴치하지만 세상은 그이들의 회개에 돌을 던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혹여 세상이 돌을 던지고 평생의 이력들이 따라다니며 이 땅에서 살 수 없게 될지라도
진심어린 반성과 미안함과 회개라면 그이들 스스로 죄를 용서받았음을 알게 될 때가 오리라.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서 올바른 당당함으로 세상을 향해 어깨 펴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지만
죄를 용서 받았음을 받아들이는 이는 내 자신이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그분의 용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이들은 다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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