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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밥상 위의 예수회원 본문

매일의 양식

밥상 위의 예수회원

해피제제 2011. 11. 8. 07:06
1독서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시고
당신 본성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드셨다.


복음말씀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단상

오랜만에 만난 복 어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예수회원들을 도마에 올리신다.
요즘 심기가 편치 않으시단다. 이유인즉슨, 매주 주일 강론 때마다 서강대 성당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일들로 강론꺼리를 풀어 놓는 신부님들이 모두 다 '좌'쪽으로 향하고 있단다.
그래서 아직 어린(?) 대학생들에게 어른의 지혜 보다는 선동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나 어쩐다나....

이 신부님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의 생태평화 지킴 운동 이야기,
그 신부님은 오랜 세월 정치 밖 시민운동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례없는 당선 이야기,
저 신부는 '보수꼴통들의 집단인 딴나라당은 정치정당도 아닌 없어져야 할 당'이라는 표현에
아예 '신부놈'이라고 말할 태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며 예수회 신부님들이 하나같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고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고 보니 현재 서강대 교목처장으로 계시는 신부님 성향을 굳이 따지자면
보수 보다는 진보 쪽에 가깝기도 하다. 그러니 매주 주일미사에 초대하는 신부님들의 경우
대부분 사회 참여적인 신부들을 미사주례자로 초대하는 듯싶다.

그리고 역성을 들자면 하느님의 진리를 선포하는 사제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 가기에
세상 밖 이야기들은 힘이 없게 된다. 그저 두루뭉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도 세상과 호흡하는 기도가 될 수밖에 없는 내 기도를 돌아보더라도
신부님들의 강론이 왜 그렇게 현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 마음속으로 동의하게 된다.

그래도 어머니의 그 괴로운 마음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바쁜 세상 삶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서 힘을 받아 누리겠다고 거룩한 성전을 찾는데
매번 갈 때마다 강론 신부님이 당신의 성향과는 다른
혹은 그분 표현대로 온통 '선동적인' 정치적 견해들만 듣게 된다면
가끔은 영혼의 쉼을 찾아 나선 어머니같은 분들에게는
하느님의 위로와 평안이 더욱 절실하겠다.
그리고 이런 바램들로 서강대 성당을 찾을 때마다 고역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럼 성당을 옮겨 보세요'라는 말을 무심코 건네기라도 하면 반응은 또 정 반대다.
'무슨 그런 험한 말을 다하냐'며 벌쩍 뛰시곤 하시면서
어머니께서 서강대에 입학하고 40년을 넘게 이쪽 성당을 다니신 분이라
이제는 다른 곳으로는 갈 수도 없단다. 아니 가기가 싫단다.
그래도 예수회 신부님들의 강론이 좋다나 어쩐다나.....  

그러면서 그분들이 싫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성당으로 옮기겠다는 것도 아니니
제발 균형을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다.
매번 성당에 들를 때마다 사회참여적인 주제를 이야기 하는 터에
구체적으로 '송봉모 신부님'을 언급하시면서 그런 분들도 초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상의 정의도, 주위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당신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성당에 나갈 때마다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어 준다면
아예 질식해 죽겠다는 하소연이다.
'해야할 일'도 알겠으니 그저 소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려 달란 이야기다.

만날 때마다 예수회원들의 이야기가 도마에 오르내리지만
그래도 이 어머니와 밥을 먹고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소중한 어른의 지혜를 나누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삐죽 올라오는 것들이 있어 그 감정을 살피기도 하면서
나와 많이도 다른 사람을 진득하게 겪으면서 그에게 강하게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지혜롭고 여유롭게 대답을 풀어 놓는 내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그러면서 수도자들의 약함에 대해서 기도를 청하기도 하고
그저 아직은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라 어른에게는 미욱한 사람들일지라도
그렇게 예수회원들도 성장하다보면 어른을 닮아 있을 거라는 부탁을 드리기도 한다.

물론 밥 먹은 것 보다도 더 헬쓱하게 에너지를 쏟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만남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아무리 부정적인 이야기고 에너지를 뺏는 주제라도
어느새 8년의 세월 서로에게 깊게 자리잡은 신뢰가
나이를 잊은 막역지교의 친구로 묶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것을 나누며 어제보다 성장하고 그 모습이 하느님을 닮아 간다면
그것으로 족한 만남이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다음은 또 누가 밥상 위에 오를까 밥 먹을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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