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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삶이 또 이렇다 본문

매일의 양식

삶이 또 이렇다

해피제제 2011. 12. 16. 07:56
1독서

"나는 이미 모아들여진 이들 말고도 다시 더 모아들이리라."


복음말씀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단상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욧!!!"

이웃살이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한껏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동기수사님과 태국통역봉사자의 대화 중에 언쟁이 일었나 보다.

사정인즉슨,
곧 연피정을 떠나는 동기수사님이 봉사자 자매님께 영신수련 피정을 강추했다.
한번쯤 이냐시오식 침묵 피정에 꼭 참석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남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매년 영신수련 피정을 통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일년동안의 자양분을 받는 예수회원들에게는 이냐시오식 피정이 단연 으뜸이다.
그리고 가끔은 같은 것을 나누어 주고픈 마음에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서투른 판단에 오해를 사기도 한다. 아마도 자매님의 말 속에는 강요 받았다는 느낌에서일까
짜증스러움이 살짝 묻어 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부터 자매님은 나와도 비슷하게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살레시오회에서 세례를 받고 살레시오의 정신을 존경하는 터에 살레시오의 방식에 더 친숙한 분이다.
이웃살이 통역봉사를 하면서 예수회원들을 만나고 살레시오 수도자와 또 다른 모습에
가끔은 농담처럼 '교만한 모습, 오만한 수사, 잘난 예수회'라고 비소를 날리기에
처음 자매님의 성정을 알지 못했을 때는 동기수사님의 표현처럼 '내 영혼에 기스를 내 놓곤' 했다.

그러면서 권위 비슷한 것에 경끼 비슷한 아픈 체험이 있다는 것에,
누군가 강요라도 할라치면 '한 번 해봐'하며 달려 드는 폼새에,
게다가 사실이 이러저러하다 해도 한 번 감정이 틀어지면 그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이라는
또 그런 자신이 미안해서 전화도 안 받고 한 번씩 잠적을 해버리는 통에 
어느 정도 알고 사귄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알아 듣게 되고 
그러면서 그이를 다는 아니겠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고, 그거 없어도 잘 살고 있는데 내가 왜 그런 걸 해요?" 라는 말씨에
더는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동기수사님을 바라보며 
"수사님 우리에게 좋은 게 꼭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건 아닐거야"  하며 둘을 다독여 본다.

자매님의 이런 모습을 처음 겪어본 동기수사님은 난감해 하는 모습이 그러고
아직 해명하지 못한 것이 있는지 잔뜩 격양되 보이는 자매님의 모습이 그렇고
그런 것을 다독이려는 내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그렇고 
말을 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공중에 붕 뜬 말들만 날라다니고 있는 터에
안 그래도 머리가 찌끈한데 나오는 말까지 팔랑대니 한바탕 어수선한 사무실 분위기다.

분명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의 일을 되새김질 할텐데
또 그런 모습이 미안해서 며칠씩 전화도 받지 않을텐데
그리고 한 참이나 지나서 부끄럽다는 듯이 찾아 들텐데
아무튼 자신의 약함을 알고 있으니 스스로를 탓함 없이 훌 훌 털어 버리고
"수사님! 저 왔어요"하며 반갑게 이웃살이 문을 열고 들어 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성정을 알고도 자극 받아 혹여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니 그이의 감정에 괜히 또 자극 받아 한방 날린 것도 같다) 
미안함을 담아 그이를 위해 기도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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