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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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본사진과 서품성구에 대해서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물놀이, 풍물을 해 왔습니다.
장구, 징 꽹가리, 징을 들고 동무들과 함께 치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그
것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직장 민속부 활동에까지 이어졌답니다.
제가 겉보기는 이렇게 조용조용해 보이지만 제 안에는 엄청난 神気가 자리잡고 있답니다.
어느 날인가, 대학로의 ‘신바람’이라는 풍물써클에서 만난 ‘천풍’ 도사님이(이분은 사주를 잘 보시는 분이십니다)
악기를 두드리기만하면 꼬박 미쳐버리는 제 모습을 보고 ‘형욱이 넌 평생 떠돌아다닐 팔자다’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어 ‘왜 그렇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너 같이 신끼를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은 이 생에서 살아 가려면 신내림을 받아서 박수무당이나 되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안정된 직장도 있었고, 하루라도 얼굴을 보지 않으면 애달프던,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요.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기를, ‘그렇지 않고 평범하게 살다가는 어느 순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거다’ 라는 예언이었습니다.
언제나 개량한복에, 머리모양은 땡중처럼 빡빡 밀고 다니면서 이렇게 한 마디씩 도사인 체하는 그 형님이 여-엉 미덥지 않았습니다만
신명이 발동하면 한 번씩 미쳐버리는 제 모습이, 그 형님에게는 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예수회에 들어와서 수도자로서 살게 되었습니다마는,
저 처럼 구름 위에서 부-웅 떠서 사는 사람은 아무리해도 현실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애니어그램 4번 유형의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 새신부님이 저를 보고 ‘4차원같다’ 라고해서 깜짝 놀랐는데, 깜짝 놀라는 저를 보고,
“그것을 여태 몰랐냐”며 위로인지 야유인지, 다른 동기 신부님들이 거들기를,
‘형욱이 너는 “4차원”은 아니고 “3.5차원쯤”은 된다’ 라며 좋아 죽겠다는 듯이 놀립니다.
여튼 저 같은 4번 유형의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꿈을 꾸며 이상 속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과’에 해당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상의 모든 사람들을 ‘나뭇꾼’쯤으로 여기며 살지요.
언제든 잃어버린 날개옷을 찾아 입고 자기가 살던 ‘하늘나라’로 떠날 것만을 고대합니다.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고 사니, 이땅의 나뭇꾼들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동기 신부님들의 ‘3.5차원’이라는 말에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한 신부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형욱아, 너같이 이상 속에 사는 사람들은, 현실이라는 대지에 잔뜩 발을 디디고 살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 세상 속에 갇혀 사는 너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너를 넘어서는 더 큰 존재를 만나서 그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에 적응을 못하고 이상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랬듯이 너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수도자들은 늘 ‘결핍’을 지닌 존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결핍이 너무도 커서 세상의 모든 지식도, 수많은 돈도, 그리고 높은 지위와 권력도,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만이 그 결핍을, 구멍을, 약함을, 갈망을, 목마름을 채워주실 수 있다 라는군요.
저희 수도자들이 완전해서, 성덕이 높아서, 인격적 이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그렇게 하느님만이 채워줄 수 있는 ‘목마름’ 때문에 수도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보입니다. 수도자로서 살면서도 저는 여전히 목이 마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당신의 발 밑에서 울고 있는 여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멀리 예루살렘이 내려다보이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고,
그리고 당신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간절함에 ‘목 마르다’ 하시지요.
그런데 옆에 암껏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육체적인 목마름이라 판단하여, 신포도주를 적셔 입술을 축이라 건넵니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외면하시지요. 아마도 당신의 ‘목마름’이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수님이 꿈꾸고 계셨던 이 땅에서의 ‘하늘나라’라는 꿈 때문에 목이 탑니다.
또 사부 이냐시오 성인이 평생에 걸쳐 전력을 다해 그분을 향해 달려가던 발걸음을 닮고 싶습니다.
그래서 비록 이상적이고, 조금은 3.5차원적인 제가, 현실에서 추구되고 있는 여러 가치들과는 다른 것들을 추구하며,
오늘도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제 두 발은 하느님이라는 대지에 굳건히 발 디디며,
저 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그분께 달려가고자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천풍 도사님이 예언한 ‘박수무당’이 되어 있지 않고,
이렇게 서품을 받고 사제로서 살아가겠다고 하느님께 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목마름이 이 생에서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도록, 오직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만이 그 목마름을 채워주시도록,
그렇게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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