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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싫습니다' 본문

매일의 양식

'싫습니다'

해피제제 2011. 12. 13. 06:52
1독서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은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들 입에서는 사기 치는 혀를 보지 못하리라.
정녕 그들은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으며 풀을 뜯고 몸을 누이리라.


복음말씀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단상

'수사님들 절대 어디가서 사기치지 마세요'

전임 관구장 신부님이 연학 수사님들에게 심심찮게 하셨던 말씀이다.
수도자로 살면서 계속해서 듣는 게 좋은 말들이고 
매끄러운 말들을 아주 자연스레 입에서 내게 되면서
어느덧 살아가는 모양은 말을 닮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서 허공에 말들만 풀 풀 날리는 현상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우스개 소리 중에서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으면 입만 동동 뜬다고 하지 않는가!

절대 사기칠 게 못되는 것이,
초등학교 시절 교회 수련회에 따라나섰다가
'커서 목사님 되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 보세요'하는 아버지 목사님의 시선에
몇 몇 주일학교 친구들은 손을 번쩍 들었으나
전부터 '저 목사님 될래요' 했다가 '저 중에 한명'이 된다면 왠지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니 실은 나를 향한 사랑이 나누어 지는 것 같아 괜한 질투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아버지의 재촉하는 시선을 피하면서
또 그것이 미안해 지금껏 마음속에 담아 두고 살면서 수도자의 길로 나섰으니
아마도 이런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그분의 기대에 부응하고픈 맘 때문에
일찍부터 알게 모르게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그때 심겨진 작은 씨앗들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오늘의 복음을 만날 때면 늘 그때로 나를 되돌리는 것이
'싫습니다.' 외쳤지만 목사님 되는 것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 나누어지는 것에 더 마음이 안 좋았던 터라
요즈음의 '싫은데요'라는 내 말 역시 그 일, 그 사건이 아니라
실은 '그 일, 그 사건'을 내게 말하는 이와의 관계 때문임을 알게되니
괜히 어린아이 떼를 쓰는 것 같아 '이게 뭐하는 짓인지'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일은 일이고, 사람에 대한 감정은 감정일텐데
여전히 그 둘을 구분해 내지 못하고 사람이 싫으면 일도 같이 싫어지게 되니
예수님이 맘 토라져서 '나 십자가에 못 매달리겠다'고 생떼를 부렸다면
인류 구원이 어찌 가능했을까 괜히 장난스럽게 상상해 보면서
내가 할 일과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구분해 내는 훈련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성탄전야미사와 필리핀공동체 파티 준비로 이견이 생기면서
그리고 그이들을 향해서면 날카롭게 반응하는 나를 지켜보면서 

공동체 임원들을 향한 내 부족한 신뢰에 하느님 관대한 자비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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