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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예리코 소경의 달란트 본문

매일의 양식

예리코 소경의 달란트

해피제제 2011. 11. 14. 06:34
1독서

이스라엘에는 부정한 것을 먹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음식으로 더럽혀지거나 거룩한 계약을 모독하느니 차라리 죽기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 갔다.


복음말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단상

이웃살이에 한글봉사를 하던 안젤라는 고3이 되자 공부에 매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이웃살이를 찾았다.
간호사가 되어 환자들의 아픔을 돌보는게 꿈인 안젤라는 남을 돌보는 데에 탁월함이 있다.
마음 씀씀이가 늘 타인의 아픔에 향해 있고 그래서인지 겉에서 보기에 늘 대견하다.

1년만에 찾은 안젤라와 밥 봉사를 마친 샛별레지오 단원들과 차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평신도주일'이라는 말로 한바탕 강론(?)을 펼쳤더니
곁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이던 안젤라가 대뜸 질문해 온다.
"수사님 근데요. 아까부터 평신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평신도'가 뭔가요?"

순간 사무실 공기가 싸해지는 것이 모두들 눈이 동그라졌다.
나 역시 '황망'한 것이 갑작스럽게 본질(?)을 따지는 질문에 말을 잊고 말았다.
간신히 빠져 나간 혼을 붙잡고 진짜 궁금하다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안젤라에게
'평신도'의 정의(?)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하게 된다.
이해가 되었다는 안젤라를 놔두고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면서도 
가끔씩 옆눈질로 안젤라를 향한다. '제발 또다시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

아마도 각자의 달란트에 대한 이야기로 한바탕 이야기를 했다 싶다.
그러면서 각기 다른 달란트이지만 그 주인의 한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러니 각자 주어진 달란트를 소중히 사용하고 주인의 자비에 감사하자는 결론이다.

오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예리코 소경의 달란트에 머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게다가 눈까지 멀어 버린 
그래서 늘 남들이 적선해 주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처지의 예리코 소경,
그는 과연 하느님께로부터 무슨 달란트를 받아 들었을까?
 

출근길 차 안에서 스쳐 지나듯 한 사내가 눈에 들어 왔다.
버스정류장 옆에 넘어질듯이 몸을 기대고 있던 중년의 남자인데 
술에 취했는지 연신 앞뒤로 몸을 흔드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늦 가을 쌀쌀한 아침 날씨에 하의가 찢겨지고 그 찢겨진 옆 사이로 피딱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치면서 별별 생각이 다 일어난다.
'차를 돌려 가 보아야 할까', '가서 도와 줘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잘못 보았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도와 주겠지', '에이, 9시 미사에 참례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성당으로 향하는 길 내내, 그리고 미사를 하면서도
그리고 이 아침에까지 그냥 두고 온 그이에게 온통 마음이 빼았겨 있다.


아마도 예리코 소경의 달란트란 (본인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이와 같이 그이 곁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혹은 그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각자 무엇인가 올라오게 만드는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부끄러움이겠고, 남을 돕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겠고
그래서 예리코 소경 덕분에 맛본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들이 그렇겠다. 

매일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몸에 새긴다면서도 무심코 그 곁을 그냥 지나치는 나는
참으로 많이도 부끄럽다. 그이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나의 하느님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그리고 다음 번에도 또 같은 실수를 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
예리코 소경의 간절함을 빌려 내 부끄러움에 하느님의 자비를 청한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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