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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이분이 내 아버지셔" 본문

마음에게 말걸기

"이분이 내 아버지셔"

해피제제 2011. 5. 13. 11:00

필리핀 산모와 함께 방문했던 도티병원 앞 마당 성모자상


동기 수사님 아버지의 장례미사를 참석했다.
전주 전동성당, 9시에 시작한 미사에는 추도하는 사람들로
또 하늘의 비도 참으로 많이도 내렸다. 

예수회 관구장 신부님께서 장례미사를 주례하셨다.
당신은 관구장 職을 맡으시기 전 우리들의 수련장이셨다.
2년 수련기간 동안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고, 기도하며 同苦同樂 하셨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예수회원보다도 동기 수사님의 개인적 역사와
떠나가신 베드로 아버님을 잘 알고 계신다.
 
 
수련원에서는 5월이면 수련수사님들의 가족을 초대하곤 한다.
수련 1년차와 2년차 가족들을 초대하기에
부득이하게 초대인원을 직계가족에 한해서 제한을 둔다.
그런데 언제나 대가족이 함께 움직여온 전주댁, 수사님 가족은
저마다 서로 가겠다며 출발 전부터 옥신각신 난리도 아니었단다.
고인이 되신 아버님께서 들려주시길 ‘오고 싶어 하는 가족들이 더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를 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동기 수사님과 그 가족들의 우애는 우리 사이에서도 유명했었다.
 

동기 수사님이 관구장 신부님을 대신해서 강론을 시작한다.
아버님을 추도하면서 그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어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가족들을 위해 ‘강하시고’,
사회를 위해 ‘정의로우셨으며’,
하느님을 위해 ‘신심이 남달랐던’,
가장 오랫동안 아침식사를 함께 했던 수사님께 유달리 ‘자상하신 아버지’ 등 등
수사님이 지니고 있던 아버님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러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목이 메여 잠깐씩 말을 잊지 못했다.
 
아버지는 항상 자식들을(특히 수사님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셨다.
“우리 아들이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았어”
“우리 아들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님이야”
“우리 아들이 수도회 신부님이 되실거야” 등 등
동네방네 수사님께서 하지 말았으면 하는 자랑도 서슴치 않고 하시곤 했단다.
 
반면 수사님이 오늘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던 이유는
당신께서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움’ 만큼 수사님 아버님에 대해서
그다지 ‘자랑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게 미안하고 죄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을 시종일관 자랑스러움으로 대해주시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라 하신다. 
 
 
화장터까지 동기 수사님들이 함께 했다.
장례식장부터 다섯 동기가 아버님을 운구해 왔으니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참으로 공교롭게도 ‘전주승화원’ 화장장 곁에는
지난 4월에 선종하신 내 아버지를 모셔둔 추모관이 있다.
나 역시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던 내 아버지에게 미안함이 일어
내심으로 ‘이곳까지 왔으니 찾아가 뵈야지’하고 있는데
지난 번 화장터까지 함께 했던 다른 동기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
“형욱아! 아버님 근처에 모셨다며? 한 번 뵙고 가자”
 
내가 봐도 한 인물(?)들 하는 동기 수사님들과 아버지께로 향하면서
그리고, 살면서 별로 자랑해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그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괜히 어깨가 우쭐해진다.
그래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톤도 고음으로 맑다.
 
“이분이 내 아버지셔”



- 이 글은 '매일의 양식' 단상을 다른 곳에 옮기면서 내용을 추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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