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이쁠때만 내 자식인가 본문
1독서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말씀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단상
욕실에 내어 놓은 화분 몇 놈이 다시금 생기를 띠고 기운을 낸다.
간밤 베란다에 있던 화분을 모두 실내로 옮기면서 몇 녀석이 꽁 꽁 얼어 있더니
그래도 손을 탔다고 제 모습을 찾아 드니 이른 아침부터 마음이 짠하다.
한 봄 실내에 자리잡은 커다란 화분을 볕이 잘 드는 이웃살이 계단 끝에 두었다.
오가며 반가이 반기고 배웅하라고 들고 나는 이들에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더니
싱싱하고 푸른 것이 무럭무럭 제 역할을 다하면서 아침저녁 눈인사로 가장 친한 녀석이다.
그런데 요 며칠 쌀쌀한 날씨에 어제 아침은 나무잎이 고동색을 띠더니 꽁 꽁 얼어버렸다.
복통으로 이틀을 앓고 생기를 찾아 출근을 했더니 그사이 녀석은 몸도 맘도 다 얼어버린 것이다.
괜히 골이 나는 것이 또 애꿎은 동기수사님께 화살을 돌린다.
그 무거운 것을 부여잡고 낑 낑 대며 잡아 끌어 사무실로 다시금 화장실로 옮기면서
보란듯이 시위를 한다. '대체 뭘 보고 사냐?'며 '얼어있는 녀석이 보이지도 않냐고....'
허겁지겁 달려와 손을 거들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나는 오전 내내 더 엄한 반응이다.
다행히 통역 봉사자 내외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사무실 분위기를 녹이니
화난 척만 할 수 없어서 대꾸도 하고 손수 점심도 짓고 하면서 울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공동체에 돌아오자 마자 베란다에 있는 녀석들을 모두 실내로 옮긴다.
그때는 동기수사님도 아침 나절 뜨겁게 데인지라 이런저런 말로 분위기를 띄운다.
잎이 상했다는 둥, 많이 얼었다는 둥, 이건 어디에도 둘까라는 둥, 온 집안이 식물원 같다는 둥....
몇 녀석이 비실대서 욕실로 옮겨 물도 주고, 잎도 윤이 나게 닦아 주면서 '얘들아 미안하다' 한다.
누렇게 시든 잎들은 가위로 잘라내고 말라 버린 녀석에겐 또 미안한 마음에 내 아픈 몸만 생각했지
밖이 시린지 얼음골 같은지 신경도 못 쓴 게 속이 상해서 괜히 울적한 마음이다.
다행히 이 아침 화장실 가느라 첫 눈에 '나 살았어요'하고 반가운 얼굴들에 왈칵 고마움이 밀려온다.
애심이, 향심이, 연심이, 초심이, 홍심이, 단심이...'심'자 돌림인 이웃살이 녀석들,
애단이, 향단이, 연단이, 초단이, 홍단이....'단'자 돌림인 바우네 녀석들,
그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벗을 만나야 할텐데......
그래도 같이 사는 신부님이 나보다 더 마음을 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여하튼 이곳저곳에서 받아 들이기만하고 나 몰라라 하는 신부님 수사님들은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한 생명 귀하게 여긴다면 받지를 말든가 아니면 잘 키우든가
맨날 '와~ 우리집 식물원 같네! 보기 좋다'라고 감탄만 하지 말고....
자식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이쁠 때만 자기 자식인줄 아나
물론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말씀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단상
욕실에 내어 놓은 화분 몇 놈이 다시금 생기를 띠고 기운을 낸다.
간밤 베란다에 있던 화분을 모두 실내로 옮기면서 몇 녀석이 꽁 꽁 얼어 있더니
그래도 손을 탔다고 제 모습을 찾아 드니 이른 아침부터 마음이 짠하다.
한 봄 실내에 자리잡은 커다란 화분을 볕이 잘 드는 이웃살이 계단 끝에 두었다.
오가며 반가이 반기고 배웅하라고 들고 나는 이들에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더니
싱싱하고 푸른 것이 무럭무럭 제 역할을 다하면서 아침저녁 눈인사로 가장 친한 녀석이다.
그런데 요 며칠 쌀쌀한 날씨에 어제 아침은 나무잎이 고동색을 띠더니 꽁 꽁 얼어버렸다.
복통으로 이틀을 앓고 생기를 찾아 출근을 했더니 그사이 녀석은 몸도 맘도 다 얼어버린 것이다.
괜히 골이 나는 것이 또 애꿎은 동기수사님께 화살을 돌린다.
그 무거운 것을 부여잡고 낑 낑 대며 잡아 끌어 사무실로 다시금 화장실로 옮기면서
보란듯이 시위를 한다. '대체 뭘 보고 사냐?'며 '얼어있는 녀석이 보이지도 않냐고....'
허겁지겁 달려와 손을 거들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나는 오전 내내 더 엄한 반응이다.
다행히 통역 봉사자 내외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사무실 분위기를 녹이니
화난 척만 할 수 없어서 대꾸도 하고 손수 점심도 짓고 하면서 울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공동체에 돌아오자 마자 베란다에 있는 녀석들을 모두 실내로 옮긴다.
그때는 동기수사님도 아침 나절 뜨겁게 데인지라 이런저런 말로 분위기를 띄운다.
잎이 상했다는 둥, 많이 얼었다는 둥, 이건 어디에도 둘까라는 둥, 온 집안이 식물원 같다는 둥....
몇 녀석이 비실대서 욕실로 옮겨 물도 주고, 잎도 윤이 나게 닦아 주면서 '얘들아 미안하다' 한다.
누렇게 시든 잎들은 가위로 잘라내고 말라 버린 녀석에겐 또 미안한 마음에 내 아픈 몸만 생각했지
밖이 시린지 얼음골 같은지 신경도 못 쓴 게 속이 상해서 괜히 울적한 마음이다.
다행히 이 아침 화장실 가느라 첫 눈에 '나 살았어요'하고 반가운 얼굴들에 왈칵 고마움이 밀려온다.
애심이, 향심이, 연심이, 초심이, 홍심이, 단심이...'심'자 돌림인 이웃살이 녀석들,
애단이, 향단이, 연단이, 초단이, 홍단이....'단'자 돌림인 바우네 녀석들,
그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벗을 만나야 할텐데......
그래도 같이 사는 신부님이 나보다 더 마음을 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여하튼 이곳저곳에서 받아 들이기만하고 나 몰라라 하는 신부님 수사님들은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한 생명 귀하게 여긴다면 받지를 말든가 아니면 잘 키우든가
맨날 '와~ 우리집 식물원 같네! 보기 좋다'라고 감탄만 하지 말고....
자식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이쁠 때만 자기 자식인줄 아나
물론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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