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본문
1독서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복음말씀
"사실 저는 상관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단상
수사 모임 중에 있었던 일이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이전에 먹었던 텀블러(개인컵)의 내용물을 양동이에 버렸다. 아마도 식어버린 찻물였으리라....
물론 물이 바닦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열기 밑에 큰 양동이를 가져다 둔 곳에다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명 같은 소리로 동기수사 중 막내가 외쳐 온다.
"앗! 거기다 물 버리면 안돼!!"
그러면서 계속 '왜 물을 양동이에 버리느냐'며 자꾸 신경이 쓰이게 한다.
내 딴에는 참으로 억울한 경우다.
온열기 밑에 양동이를 가져다 둔 의도며
시작 전에 물을 버리지 마시오라는 공지를 들은 적도 없고
또 양동이에 '물 버리기 금지'라도 금지어도 쓰여 있지도 않다.
이미 여러 형제들이 물을 쏟았는지 바닦에는 어느 정도 차 있는 상태였으니,
그러다가 찻물 조금 남은 것을 더했더니 저 난리를 쳐 온다.
그래도 뭐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수사님에게 내가 덩달아 비명을 지르는 것도 이상하다.
계속 궁시렁대는 비명을 듣고 있으면서도 사실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제가 아침부터 왜 이러나...' 그냥 듣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슬며시 밀려 오는 것은
'저 친구는 다음에 내 얼굴을 어찌 보려고 저 야단을 칠까' 싶다.
속으로 삼킨 말은 '왜 여기에다 물을 버리면 안되는데?'라는 질문이다.
물 떨어지지 말라고 받쳐 둔 양동이이고, 이미 물이 모아진 상태이고
그래서 새로이 남은 물을 버린다고 해서 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버리면 안돼'라고 소리쳤던 수사님도 왜 버리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해 주지 못하고 그저 '왜 버리냐'는 둥, '버리면 안된다'는 둥 같은 말만 반복이다.
이미 여러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던 그 친구는
자신도 '왜 안되는데'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자신이 형에게 비명 같이 소리를 내지르던 모습에 서서히 얼굴이 굳어져 온다.
그리고 그 황당 비명을 통채로 전해 받은 나는 '저 수습 어쩌려고..'하면서
별 이유도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그 모습에 침묵할 뿐이다.
아마도 '물 버림'이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아니면 이미 앞서 버린 형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도 아니면 정말 나는 황당한 경우를 당한 처지다.
아무튼 '물 버림'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이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튿날 아침 세션에 있었던 일이라 하루 종일 굳어진 얼굴이다.
모임의 준비를 처음부터 맡아온 친구라 떠나오면서 '고생했어'라고 인사를 건네지만
끝내 멋쩍게 손을 마주잡아 온다. 내 느낌이겠지만 나를 향해 편치 않은 얼굴이다.
그리고 이 아침 기도에까지, 실은 그 일이 있은 후 계속해서 찾아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벽이 한 번 생기면 그 벽은 계속해서 상대방을 향해 놓여진다.
그러고보면 내가 그이를 향해 벽 하나 쌓아둔 것은 아닌지
그이의 날카로운 비명들 이전에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예수님을 향한 백인대장의 겸손함을 보면서
'저 녀석이 왜 또 지랄이야'하고 올라오는 것에 살며시 미소짓다가
그래도 왜 그랬는지 다음에 만나면 꼭 귀를 기울여 보리라.
그때는 그이도 충분히 부대낀 후일테니...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형님은 또 뭔 말이래' 해 오는 건 아닐런지...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복음말씀
"사실 저는 상관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단상
수사 모임 중에 있었던 일이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이전에 먹었던 텀블러(개인컵)의 내용물을 양동이에 버렸다. 아마도 식어버린 찻물였으리라....
물론 물이 바닦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열기 밑에 큰 양동이를 가져다 둔 곳에다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명 같은 소리로 동기수사 중 막내가 외쳐 온다.
"앗! 거기다 물 버리면 안돼!!"
그러면서 계속 '왜 물을 양동이에 버리느냐'며 자꾸 신경이 쓰이게 한다.
내 딴에는 참으로 억울한 경우다.
온열기 밑에 양동이를 가져다 둔 의도며
시작 전에 물을 버리지 마시오라는 공지를 들은 적도 없고
또 양동이에 '물 버리기 금지'라도 금지어도 쓰여 있지도 않다.
이미 여러 형제들이 물을 쏟았는지 바닦에는 어느 정도 차 있는 상태였으니,
그러다가 찻물 조금 남은 것을 더했더니 저 난리를 쳐 온다.
그래도 뭐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수사님에게 내가 덩달아 비명을 지르는 것도 이상하다.
계속 궁시렁대는 비명을 듣고 있으면서도 사실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제가 아침부터 왜 이러나...' 그냥 듣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슬며시 밀려 오는 것은
'저 친구는 다음에 내 얼굴을 어찌 보려고 저 야단을 칠까' 싶다.
속으로 삼킨 말은 '왜 여기에다 물을 버리면 안되는데?'라는 질문이다.
물 떨어지지 말라고 받쳐 둔 양동이이고, 이미 물이 모아진 상태이고
그래서 새로이 남은 물을 버린다고 해서 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버리면 안돼'라고 소리쳤던 수사님도 왜 버리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해 주지 못하고 그저 '왜 버리냐'는 둥, '버리면 안된다'는 둥 같은 말만 반복이다.
이미 여러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던 그 친구는
자신도 '왜 안되는데'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자신이 형에게 비명 같이 소리를 내지르던 모습에 서서히 얼굴이 굳어져 온다.
그리고 그 황당 비명을 통채로 전해 받은 나는 '저 수습 어쩌려고..'하면서
별 이유도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그 모습에 침묵할 뿐이다.
아마도 '물 버림'이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아니면 이미 앞서 버린 형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도 아니면 정말 나는 황당한 경우를 당한 처지다.
아무튼 '물 버림'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이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튿날 아침 세션에 있었던 일이라 하루 종일 굳어진 얼굴이다.
모임의 준비를 처음부터 맡아온 친구라 떠나오면서 '고생했어'라고 인사를 건네지만
끝내 멋쩍게 손을 마주잡아 온다. 내 느낌이겠지만 나를 향해 편치 않은 얼굴이다.
그리고 이 아침 기도에까지, 실은 그 일이 있은 후 계속해서 찾아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벽이 한 번 생기면 그 벽은 계속해서 상대방을 향해 놓여진다.
그러고보면 내가 그이를 향해 벽 하나 쌓아둔 것은 아닌지
그이의 날카로운 비명들 이전에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예수님을 향한 백인대장의 겸손함을 보면서
'저 녀석이 왜 또 지랄이야'하고 올라오는 것에 살며시 미소짓다가
그래도 왜 그랬는지 다음에 만나면 꼭 귀를 기울여 보리라.
그때는 그이도 충분히 부대낀 후일테니...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형님은 또 뭔 말이래' 해 오는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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