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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재수없는 저라서 감사... 본문

매일의 양식

재수없는 저라서 감사...

해피제제 2012. 2. 24. 07:55

1독서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단식이냐?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 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 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


복음말씀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단상 

지난 번 동기들끼리의 여행에서 얻어 들은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다
.
기도는 우선 1) ‘믿음이 전제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힘을 믿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 되고 만다.
믿음에 대한 깊은 체험 없이 입술로만 되뇌이는 기도는 하느님도 어쩌지 못한다 
.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믿음의 체험이 가능한지는 나에게도 의문이었다.
내가 경험한 바가 있어야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과 내 신앙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에 그렇다
.
내가 믿지 못하면서(말로 믿는 것 말고)
어떻게 깊은 울림으로 하느님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
언젠가 팔이 무던히도 아팠던 적이 있다.
며칠 째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욱신욱신 쑤셔 오는 것이 팔을 들어 올리면 잠시 동안 통증을 잊을 수 있지만
밤새도록 만세를 부르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문득 성모님께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께 청해 보기로 했다
.
왜 한 번도 그분들에게 청원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여하튼 주님 제가 팔이 많이 아픕니다. 성모님 제가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주님, 제가 팔이 많이 아픕니다. 성모님, 제가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렇게 얼마나 되풀이하여 청원기도를 드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느새 잠이 들었고 통증이 없는 아침을 맞게 되었다. 
.
아마도 내 기억에 성모님과 하느님을 믿고 기도 드렸던
,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청원을 드리고 효과(?)를 보았던 첫 체험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후에도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 올 때면
이와 같이 청원기도를 드리면서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
때론 어찌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도 그렇다.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성모님, 저 아픕니다. 하느님 저 많이 힘드네요.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러면 그분께서는 그 믿음의 기도를 당연하게 들어 주신다.
내가 늘 청원기도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 
.
2) 기도를 할 때는 엄살을 떨어야피워야부려야 한다.
연피정을 마치면서 영적 동반 신부님께서 어느 수녀님께 들려 주셨던 조언이다.
나를 가장 재수 없는 수녀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란다.
이 말인 즉슨,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고, 아프고, 불구에, 죄인과 창녀들과
고개만 숙이고 다녀야 하는 세리와 같은
가장 재수 없는 이들에게 나타나시고
그들의 청원을 들어 주신다는 것이다
 
.
건강하고 부자요, 똑똑한 이에, 가진 것 많고,
자신만을 믿고 사는 이들은 하느님이 필요치 않다.
엄마가 항상 비교하던 잘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그냥 제 능력 믿고 살면 된다.
실패해 본 경험이 없는 엄친아들이기에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재수 없는 나처럼 찌질하지도 않다.
그런 이들에게는 하느님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지독한 실패를 해 봐야 그때서야 주위에 찌질한 인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내 자신이 그렇게 훌륭하거나 잘난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하느님께 자리를 내어 드릴 수 있다
 
.
여하튼 나를 가장 재수 없는 놈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찌질이들에게 하느님은 다가오신다.
마치 성경의 예수님이 세리와 창녀와 죄인들
그리고 가진 것 없고 몸 아픈 이들에게 나타나셨듯이 말이다
.
그러니 자주 재수 없음을 고백하고,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고, 죽겠다고 난리를 쳐야 한다.
이렇게 자꾸 귀찮게 울먹이면 다른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라도
(도대체 기도 안 들어주시는 하느님이시라면 당신 능력이 의심 받게 되고
결국에는 신자들 다 떨어져 나갈 것 아닌가
!)
언능 들어주시지 않을까.
꼭 그래주실 것이다.
그러니 엄살을 피워라. 
.
3)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기우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가뭄이 들어 온 땅에 먼지만 풀 풀 날리고 있을 때
왕이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용한 재주가 있다는 사제를 찾아 갔다
.
그리고 많은 희생 제물을 제공하면서 비가 내릴 수 있기를 청했다.
그런데 역시나 용하게도 사제가 몇날 며칠을 기도를 했더니 과연 비가 내렸다.
그래서 왕은 하도 신기해서 사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비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이오?’
그러자 사제의 말이 가관이다.
임금님, 저의 기도는 비가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하는 것입니다.’ 
.
언뜻 보면 실없는 대답 같기도 하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현묘하기도 하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몰입하여 끊임없이 기도하게 되면
그 문제가
문제가 아닌것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어느덧 그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그 변화된 마음으로 문제를 대하게 되니 해결의 실마리들을 찾게 된다.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숨이 턱 턱 막히는 삶에도 
간절한 기도를 통하면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것이 있다
.
그것이 마지막 기도의 방법이다.
.
4) 귀를 기울여라.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것에 신뢰를 두고 머물게 되면
그분께서는 반드시 내가 가진 문제들의 해결책을 들려주신다
(혹은 보여 주신다).
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울며불며 청원 드리면서....
.
기도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 이런 기도의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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