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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주최 전국실무자 연수 참가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주최 전국실무자 연수 참가

해피제제 2011. 3. 31. 12:55

 

인천교구에서 온 실무자들의 사진입니다. 그렇게 많은 줄은 사실 몰랐습니다...


지난 3월 21일 월요일에서부터 24일 목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 실무자 연수가 있었습니다. 이 연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에서 이주사목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을 위한 정규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국내이주사목위원회에서는 매년 2회 이주사목 실무자들을 위한 정규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상반기에는 연수프로그램을, 하반기에는 피정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주사목위원회 유흥식 주교님(대전교구)의 모습입니다. 사진대로 아주 유머감각있으시고 소탈하신 분이셨습니다. 3박4일동안 계속 함께 해주셨고, 나중에 간담회 성격의 나눔시간도 마련해주셨습니다. 

이웃살이에서는 도미니카 소장님, 김형욱 수사, 김민 수사 총 3명의 실무진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리하다보니 결국 뜻하지 않게 나흘이나 이웃살이의 문이 닫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스칼라브리니'라는 대단히 생소한 이름의 이주센터에서 주관하였습니다. 스칼라브리니 이주센터(Scalabrini Migration Center / ttp://www.smc.org.ph/index.php)에서 파견된 세 명의 강사 (그라찌아노 바티스텔라 신부님, 코루스 신부님, 아시스 박사)와 예수회의 김우선 신부가 이주노동사목에 대해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특강과 더불어 연수에 참가한 실무자들은 제각기 팀을 이뤄 나눔을 하고 그 나눔을 다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그마치 220여명의 실무자들이 대전의 정하상 교육관에 모여들어 연수를 하였습니다. 


복자 스칼라브리니 주교님은 19세기말 이탈리아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이민자들을 위한 선교회-원래는 성 카를로 보르메오 선교회이나 지금은 스칼라브리니 선교회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민자, 이주민들을 위한 특수 선교회의 설립에는 19세기 이탈리아에서 신대륙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한 현상이 놓여있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필리핀, 이탈리아 등에 SMC(스칼라브리니 이주 센터)가 설립되어 이주와 교회의 응답에 대한 연구, 연수 프로그램,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연수기간동안 나왔던 논의들을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사회가 지향해야할 다문화 사회 모델

이 주제는 강의에서 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세 개의 다문화 사회 모델이 제시되었습니다. 동화 모델 assimilation model과 다문화 모델 multi-cultural model, 다중문화 모델 inter-cultural model이 그것입니다. 동화 모델은 이를테면 결혼이민자들을 한국 사회에 포섭하기 위해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다문화 모델은 개별 ethnic group들의 정체성을 보전하도록 그들만의 공간-이를테면 혜화동의 필리핀 성당-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다중문화 모델은 위의 두 가지 모델을 통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컨대 한국 내의 교회에서 필리핀 공동체와 베트남 공동체가 사로 연대하고 유대하며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화 모델과 다문화 모델이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인데 반하여 다중문화 모델은 이론적인 이념 모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즉 이주민 사목의 앞으로의 과제는 다중문화 모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의외로 이러한 문제의식-다중문화 모델을 어떻게 현실 한국사회에서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천착하는 사람들이 없는 듯 합니다 

2. ethnic church의 문제: 고립된 공동체에서 개방된 공동체로

한 가지 우리가 기억해야할 문제가 우리가 관여하고 있는 필리핀 공동체와 같은 에스닉 교회가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느냐 입니다. 에스닉 교회의 경우 같은 에스닉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통합의 기제, 안정적인 공동체 공간으로의 순기능을 하는 반면, 교구의 본당공동체와 별도의 폐쇄된 그들만의 공동체로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게토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에스닉 교회의 게토화에 대해서는 여러 강사들에 의해 지적되었습니다.)

문제가 복잡한 것이, 이 문제는 이주 사목에 종사하는 실무자들, 그리고 에스닉 교회의 리더들의 몫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이주 사목 쪽의 응답뿐만 아니라 한국의 본당들-사제와 신자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본당 공동체의 인식의 전환이라는 아주 큰 문제에 닿아있기 때문에 이 주제는 다른 사목과의 협력, 본당공동체와 사목센터와의 협력, 본당공동체와 에스닉 교회와의 협력이 동시에 요청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문제는 현재 우리가 관여하고 있는 양곡 성당 국제공동체에서 착실히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사도직이 될지도 모를 국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서도 충분한 고려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3. 본당과의 협력

이웃살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미사를 위한 안정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현재 양곡성당에서 미사를 하고 있지만, 필리핀 공동체가 소속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다른 센터들도 같은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선의 선택은 이웃살이에 미사를 거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행대로 양곡성당에서 미사를 함께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관구차원에서 지역교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조치들-신자들 재교육, 피정 등-을 취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4. 이주민 사목의 현장에서 평신도-성직자 협력 강화

연수기간 동안 사적인 자리에서 혹은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이주민 사도직의 리더쉽이 사제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사도직 실무자들과의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성직자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권위주의에 대한 문제까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연수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현재 이웃살이의 평신도 중심의 리더쉽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중심으로의 사도직 활동을 위해서도, 그리고 평신도와의 협력이라는 33차 총회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주제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는 차원에서도 이러한 방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은 앞으로 큰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살이가 이 점에 있어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것은 꽤 고무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평신도와 성직자 간의 협력이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이주사목에서 가장 현장에서 뛰는 분들은 평신도 실무자들이 태반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 대단히 클 것입니다.  

 5. 이주 사목의 불균형

연수에 참여한 220여명의 실무자들 태반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도직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120만명의 이주민들 가운데 태반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불균형은 문제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많은 센터들의 활동이 이주 노동자에서 다문화 가정으로 선회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이주 노동의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자활과 자조(自助)의 능력을 갖춘 공동체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 큰 몫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영역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갖가지 지원책이 등장하게 된 데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센터의 존재이유가 사라졌냐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선뜻 그렇다고 긍정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이주 노동자들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주변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들의 욕구를 정확히 모를 뿐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정확하게 판단한 후에 비로소 이웃살이의 사도직 비전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6. 예수회에 대한 기대

주교님에서부터 실무를 담당하는 수녀님에 이르기까지 예수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주 사도직에서 예수회에 요구하는 것은 대체로 연구와 교육으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이주 사도직에 종사하는 수도자들에게 예수회의 강점으로 인지되고 있는 것이 연구와 교육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서강대에서 스칼라브리니 센터와 연계하여 한학기 교육과정을 개설해달라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주신학과 방법론 등이 구체적인 교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교님께서 공개적으로 예수회에서 다문화가정 자제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개설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제안은 꽤 많은 실무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수 프로그램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센터의 실무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얻게 된 것도 많았고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일을 시작한지 반년밖에 안된 새내기 실무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맨날 교육만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가페라는 이름의 친교의 시간이 마지막날 밤 준비가 되어 있어서 많은 실무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수가 단지 지적은 훈련 내지는 자극에 멈춰서는 안된다는 사실일 겝니다. 우리의 사도직 장에서 고민들을 숙성시키고 보다 더 잘 이주노동자들을 섬기기위한 우리의 노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이 연수는 일단락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운집한 실무자들의 위용. 각기 국적이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이시아, 인도, 필리핀, 에티오피아, 이탈리아, 남미의 모모한 나라 등등이었습니다.


* 이 기사는 이웃살이 김민 수사님께서 작성하신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