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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하느님의 가능성 본문

매일의 양식

하느님의 가능성

해피제제 2011. 8. 18. 07:09
복음말씀

'혼인잔치는 준비되어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임금이 손님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단상

올해 수도회에 입회한 수련 수사님들이 넷이다.
작년에 다섯이었으니 한 명이 더 줄었다.
수련원 방이 약 10명 정원(?)인 걸 생각하면 그 반도 안 되는 숫자다.
갈수록 성소자들이 줄어든다며 수도회 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인지 이리저리 발로 뛴 노력들로 내년 입회 대상자들은 열 두섯이라는 소문이다.
성소실에서 한 달에 한 번 만남으로는 입회 대상자들의 면면을 알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웃살이 같은 사도직장에 자원활동을 보내어 그이들의 성소를 함께 식별해 달라는 부탁이다.

며칠 전 함께 살고 있는 신부님은 당신 어머님의 소개로 한 젊은이와 면담을 했다.
11시에 만났으니 점심을 함께 하고 올 줄 알았는데 금방 들어 오신다.
그래서 "아니, 어머님 소개로 찾아 온 젊은이에게 밥도 안 사주고 보냈어요?" 타박을 해본다.

단 40분 만에 그이와의 대화가 끝이났단다.
그러면서 나누어 주는 것이 수도성소를 마음에 두고 있는 이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참으로 난감하다는 것이다. 
그이의 선명한 꿈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대화를 마쳤다고 한다.


가끔씩 수도 성소를 문의해 오는 이들이 있다.
그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가능성'을 보는 데 주의를 다한다.
내가 무얼 알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가

단지 하느님을 이야기하면서 빛이 나는지,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미소가 피어나는지,
세상을 대하면서 좋은 것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지,
작은 것 하나에서도 기쁨과 감사와 희망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가능성'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혹여 모든 게 이 반대여도 어둡고, 건조하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하다 할지라도
함부로, 쉽게 '가능성' 운운 하며 타인의 삶을 판단할 수 없어 보인다.
그저 그이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이가 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할 뿐....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임금은 '아무나' 악한 사람이든, 선한 사람이든 잔치집에 초대하신다.
그러나 잔치집에 초대 받아 온 사람이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과거가 어떻고, 그가 무엇을 했든, 악하든 선하든지 간에
이미 초대 받은 집안에서 그에 알맞는 '혼인 예복'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초대한 집주인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과거가 어떻든 다행히 초대를 받았다면 '혼인 예복' 준비는 초대 받은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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